기습적인 손준성 구속영장 카드…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입력
2021.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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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소환일 차일피일 미뤘지만 
조사 없이 영장 청구 전례 찾기 어려워
"구체적 증거 확보 가능성" 해석
영장 기각 땐 공수처에 큰 타격 예상
손 측 "야당 경선 개입 위한 수사" 반발
"법원에 출석 절차 위법성 설명하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47) 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속한 수사를 강조해온 공수처가 손 검사의 반복된 소환 불응에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두고 성급하게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와 손준성 사이 벌어진 일

25일 공수처와 손 검사 측 입장을 종합하면, 손 검사는 이달 초부터 공수처가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달 4일 손 검사에게 처음으로 '10월 14일 또는 15일'로 소환조사 계획을 통보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19일까지 양측은 거의 매일 일정 조율을 시도했지만, 손 검사는 '변호인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출석일자 확정을 미뤘다.

손 검사는 이후 공수처에 '22일 출석하겠다'고 알렸지만, 합의된 조사 날짜 하루 전날인 21일 변호인을 통해 '내일은 변호사 일정상 어려우니 11월 2일 또는 4일 이후 출석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앞선 20일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가 어차피 출석을 미룰 것으로 예측했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법원은 그러나 "출석 요구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22일 손 검사 측에 '납득 안 되는 해명으로, 수사 회피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강제수사에 의할 수밖에 없다'며 영장 청구를 시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수사 절차 지연 방법을 잘 아는 손 검사와의 수싸움에서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속영장 카드 꺼냈지만 결과는 예측 불허

공수처는 문자 발송 하루 뒤인 23일 전격적으로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차적 신병 확보 수단인 체포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몇몇 공안 사건이나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 일부 소환 불응자에 대해 체포 절차를 생략하는 전례가 있긴 했지만, 이는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 명백한 경우'였다.

검찰 안팎에선 이를 두고 공수처가 손 검사의 혐의 입증을 자신할 만큼 구체적 증거들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체포영장보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현직 부장검사는 "윤석열 전 총장 연루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의 관건은 손 검사의 신병 확보"라며 "공개되지 않은 증거들을 상당수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모험수를 던졌다는 건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대선 정국을 의식해 성급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고 비판한다. 공수처가 이날 "영장심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 측이 투명하게 소명해 법원 판단을 받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 방향"이라 밝혔지만, 손 검사 진술도 받지 않고 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하게 인신 구속을 노리는 것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공수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 있다.

손준성 "대선 일정 이유 출석 종용, 공수처의 정치적 의도"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손 검사 측은 이날 "공수처는 명시적으로 ‘대선 경선 일정’을 언급하며 출석을 종용했다"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명백히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의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수사기관의 어떤 수사에서도 이미 출석 의사를 명확히 한 피의자에 대해 아무런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에 출석해 소환 과정 및 강제수사 절차의 위법성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현성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