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불씨를 되살리고자 7,000억 원을 들인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이 정부 홍보와 달리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한 달 가까이 되도록 대상자의 3분의 1 정도만 신청하는 등 시민 참여가 저조한 데다, 제도 운영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소비 증진 효과 역시 제한적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일부터 시행한 카드 캐시백 사업에 24일까지 1,442만 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캐시백 대상인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서 신용·체크카드 소지자 4,317만 명 중 33.6%만 참여 의사 밝힌 것이다. 이달 후반으로 갈수록 참여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카드 캐시백은 9일까지 1,143만 명(26.5%)이 신청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다. 정부는 출생년도와 관계없이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한 9일부터 참여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거라 전망했지만 신규 신청자 수는 10~17일 258만 명, 18~24일 41만 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청할 사람은 이제 다 신청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극적 증가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실패는 카드 캐시백 제도의 주 대상인 고소득층의 저조한 참여 때문으로 풀이된다. 2분기보다 카드를 많이 써 봐야 월 최대 10만 원을 돌려받는 데 그쳐,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층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산층 이하 서민이 주로 신청하고 있지만, 2분기보다 카드를 더 쓰기 쉽지 않아 환급액 규모도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다음 달 15일 지급되는 10월분 환급액 규모는 현재까지 누적 1,465억 원(22일 기준)이 발생했다. 캐시백 예산 7,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기한 내 예산을 다 못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시백 제도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해당 예산을 전용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보태자'는 정치권 주장에 맞서면서 관철시킨 사업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예산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 운영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쇼핑몰에 입점한 이마트몰에서 결제한 금액이 카드 사용실적으로 잡히는 등 잡음이 계속됐다. 정부는 뒤늦게 이마트몰에서 결제된 금액은 사용실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 캐시백 신청자와 환급액 모두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 연구실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 되면서 가계수지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금 조금 더 받으려고 소비를 확 늘리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