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이 25일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추도식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들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진행됐다.
추도식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여 분간 진행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 5개월 만이었다.
고인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이후, 탁월한 경영 능력과 안목으로 반도체와 모바일 분야 등에서 '세계 일류기업'의 토대를 닦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양을 중시하던 기존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품질을 최우선하는 이른바 '질 경영'으로 삼성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덕분에 이 회장 취임 당시 시가총액 1조 원 수준이었던 삼성은 31년 만에 396조 원(총수 바뀐 2018년 기준)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그룹은 이날 별도의 공식 행사는 열지 않았지만 사내 블로그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사내 게시판에는 '세상을 바꾼 거인, 고 이건희 회장님을 그리며'라는 제목으로 1주기 추모 영상과 신경영 특강 영상을 공개했다. 블로그엔 "회장님의 위대했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등 임직원 댓글 2,000여 개가 달렸다.
이 부회장은 추모식에 이어 용인시의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열린 부친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제막식엔 이 부회장 이외 사장단 5명만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인에게 삼성은 삶 그 자체였고, 한계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며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 삼성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된 후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가석방 후 첫 일정으로 "3년간 7만 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 이외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재계에선 이날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위드 코로나' 체제에 돌입하는 등 내부에서도 변화가 적지 않다"며 "이 부회장도 내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 걸로 보이는데, 연말인사를 앞두고 그동안 구상한 비전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