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들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의 '이재명 소시오패스'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원 전 지사 총공세에 나섰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원희룡 후보 같다"며 "원씨와 부인 강윤형씨는 이 지사가 소시오패스란 증거도 없이 남을 비방하고 거기에 항의하니 '이재명 후보가 정신 감정을 받아 입증해야 한다'고 하는 게 법치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주장이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권병이 깊어가는 원희룡 후보. 원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사정상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줄 알았다"며 "오늘 발언을 보니 그냥 몹쓸 사람이었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이 원 전 지사를 비판한 건 그의 아내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소시오패스 환자로 규정한 걸 두고 원 전 지사와 이 후보 측이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강씨는 앞서 20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 야누스, 지킬 앤드 하이드가 공존하는 사람 같다'는 진행자의 발언에 "그보다는 오히려 소시오패스다. 정신과적으로 안티 소셜(반사회적)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와 현근택 변호사는 23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강씨의 발언을 두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원 전 지사는 "전문적 소견에 비춰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오히려 "아내가 완화해 말했다"고 했다.
현 변호사는 이에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과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원 전 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면 어떤 형사처벌도 감내하겠다. 사과를 왜 하냐"고 발끈했다. 두 사람은 설전이 격해지자 삿대질하며 고성을 냈고, 제작진의 요청에 두 사람은 자리를 떴다.
이 후보 측이나 여권 인사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의사가 진료도 하지 않은 채 진단명을 내린 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의사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내던진 유튜브 막말 내조가 상당히 거북하다"며 "올바른 정신과 의사라면 진료실에서 본인이 관찰하고 충분히 면담하지 않은 특정 개인에 대해서 정신과적 견해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 의사들의 명예에 먹칠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여권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강씨를 제명하고 의사 면허 취소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2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직접 진료하지 않은 인물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비윤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한 남자 배우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급성 경조증이 의심된다'고 적은 정신과 의사 김모씨를 제명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황씨는 이에 "의료 윤리를 어긴 의사가 진료 행위를 계속하게 하는 건 시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강씨에게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의학회의 임기영 윤리위원장은 한 의료전문매체에 "본인에게 직접 연락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본인도 실수했다며 죄송하다고 하더라"며 "우선 구두로 얘기했고 정식으로 문제 제기가 들어오면 징계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에선 원 전 지사와 가족의 과거 언행이 재조명됐다. 원 전 지사는 1993년 사법연수원 시절 음주 폭행을 저질러 논란이 됐다. 당시 보도를 보면 원 전 지사는 술에 취해 길가에 방뇨를 했고, 이를 나무라는 주민을 집단폭행하고 파출소 기물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경찰서에선 "사법연수원생들을 우습게 보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강씨가 최근 대선 경선 중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사적 모임을 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일도 회자됐다. 강씨는 2일 경북 경산시 대구한의대 캠퍼스 내 카페에서 10명과 사적 모임을 가졌다. 당시 거리두기 3단계였던 경산시에선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었다.
원 전 지사의 딸 원모씨의 과거 SNS 막말도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원씨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제주지사 재선에 도전한 원 전 지사가 폭행을 당하자 SNS에 "울(우리) 아빠 건드리지 마라. XXX들아 내가 계란하고 칼 들고 복수하러 간다"고 적어 논란이 됐다.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던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동구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란 그분 참 딱했다. 그분은 입에 담기도 거북하다"며 한 누리꾼의 글을 공유했다. 이 누리꾼은 원 전 지사와 가족의 과거 언행을 적으며 "원희룡 가족 모두 왜 이러냐"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의 분석 글들은 지금도 검색하면 넘쳐난다"며 "이렇게 전·현직 대통령들도 검증 과정을 겪었다. 프라이버시 타령은 이재명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 분석 글을 보면) 지나치게 편향적인 듯한 분석도 있는 듯했지만 전문가의 개인적인 견해로 폭넓게 용인되었다"며 "그들은 모두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위반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그는 "미국도 대선 당시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신 분석 글이 넘쳐났다"면서 "개인의 질환이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중에게 경고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는 직업윤리에 따른 것이다"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이 후보를 향해 "대통령 후보의 정신 건강을 나는 명백하게 '공적인 영역'으로 본다"며 "이런 검증 과정이 불편하고, 불만이면 대통령 선거에 안 나오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 또한 이 후보가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돼서도, 합당치 않은 이유로 국민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면,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