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2만 명의 중부유럽 룩셈부르크가 가정 내 대마초 재배와 사용을 합법화한다. 대마초 불법 암거래 시장이 커진 데 따른 특단의 조치다. '대마초 합법화'를 고려 중인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룩셈부르크 정부는 이날 18세 이상 성인에 한해 개인용 대마초 재배 및 사용을 합법화한다고 발표했다. 룩셈부르크 사법당국은 “대마초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약이고, 불법 암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돼왔다”라며 “합법적 규제에 따라 재배 및 소비가 이뤄진다면 불법 거래를 차단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 법안에 따르면 성인들은 가정 내에서 기호용으로 최대 4개의 대마초를 재배해도 된다. 제품 안 향정신성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주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의 함량에 제한 없이 종자 거래가 허용된다. 일반 상점뿐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도 종자 판매가 허용된다.
다만 가정 내 소비와 재배는 허용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소비 및 운반은 엄격히 제한된다. 당국은 최소 3g 이상의 대마초를 소비 혹은 운반할 경우에 기존 중범죄에서 경범죄로 형량을 낮췄다. 종자 이외의 대마초 또는 대마초 제품 거래도 금지된다. 대마초를 피우고 차량을 운행하는 것도 불법이다. 사법당국은 “사실상 자신의 집안에서만 대마초를 피우거나 소량 재배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며 "제한적 대마초 합법화를 통해 암암리에 성행하는 불법 행위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2001년 대마 사용을 전면 합법화했으며,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개인적인 기호용 대마 재배를 허용하고 있다. 대마초 흡연 인구가 600만 명에 달하는 이탈리아도 내년 상반기 중 대마초 합법화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디언은 “룩셈부르크 대마초 합법화는 비교적 대마초에 관용적인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유럽 내 각국의 대마초 합법화가 유럽연합 법과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