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리며 무력시위 강도를 한 단계 높였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절제된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SLBM 문제를 다루기 위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하자 “위험한 시한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반발했으나 속내는 꾸준히 주장해 온 ‘이중기준 철회’에 있었다. 남측에 요구한 ‘미사일 발사=정상 군사훈련’이라는 공식을 미국에 들이대면서 ‘주적’에서도 배제해 대화 여지는 남겼다는 평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주권 행사를 걸고 들지 않는다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잘못된 행동은 보다 엄중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LBM 시험 발사가 ‘자위력 확보’ 차원의 군사활동인 만큼 안보리의 긴급회의 소집은 “비정상적 반응”라는 주장이다.
이중기준 논리는 혹시 모를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를 방어하는 성격도 있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불법 행위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눈에 띄는 점은 북한답지 않은 절제된 태도다. 북한 외무성은 2019년 10월 SLBM 발사 당시 유럽 6개 안보리 이사국이 규탄 성명을 내자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엄중한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이번에는 담화가 아닌 자국 매체와의 문답 형식을 택해 항의의 ‘격’을 낮췄고, 표현도 한결 누그러졌다. 무엇보다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 (SLBM 발사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에서 한 발언을 재차 부각했다. 미국에 적대 의도가 없다는 점을 극구 강조하면서 대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결국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력시위를 지속하면서도 대미 위협용은 아니라는 논리를 앞세워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 미국 역시 대화 공간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SLBM 발사를 강하게 비판은 했지만, 안보리 차원의 공동대응은 주저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안보리 소집으로 북한이 계속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추가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레드라인’ 기준을 확인시켰고, 북한은 무기 개발 ‘시간표’를 따르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적절한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