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열 살 미만 자녀에게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게 해야 할지 묻는 내용이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고민이 많다. 일부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들 탓이다. '부조리한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호평이 쏟아지지만,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비단 국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오징어게임에 대한 아이들의 '시청 금지령'을 내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속 게임을 모방하면서 폭력까지 휘두르는 일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영국 남부의 센트럴베드퍼드셔 의회는 학부모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경고문을 이메일로 보냈다.
의회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오징어게임을 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보고가 있었다"며 "오징어게임은 유튜브와 틱톡 등 플랫폼을 통해 시청되고 있고, 이 드라마를 바탕으로 해서 다양한 미니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는 또 "우리는 어린이들이 오징어게임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면서 "이 드라마는 폭력을 다룬 내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꽤 생생하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이곳 의회의 교육보호팀은 최근 놀랄 만한 제보를 받았다. 여섯 살짜리 아이들이 오징어게임 속 폭력적 게임을 본떠 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심지어 '달고나 뽑기'도 경고 대상이 됐다. 동그라미, 세모, 별 등 모양을 뽑기 위해 바늘을 이용한다는 것과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에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 학교의 교사 말을 인용해 "교사들은 학생들이 부모들 몰래 오징어게임에 접속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기기 설정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은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총상금 456억 원을 놓고 서바이벌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유년시절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등 친숙한 게임이 등장하지만, 탈락하면 총으로 가차없이 사살되는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학교에서 오징어게임 시청을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벨기에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모방하며 탈락하는 아이들을 때리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자 이 학교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경고하는 등 단속하기에 나섰다.
학생들이 교내에서 오징어게임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학교도 등장했다. 영국 런던의 일포드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믿을 수 없는 내용의 공고문을 받았다"며 "아이들이 오징어게임을 모방하면 제재를 할 것이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의 나쁜 점을 알려주는 내용을 수업에 추가한 학교도 있다. 영국 남동부 켄트주(州) 딜에 있는 샌다운 학교는 오징어게임에 대한 폭력성과 온라인의 나쁜 영향을 알려주는 추가 수업을 실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안전과 시청 가능 등급이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 시청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추가 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딜에 있는 또 다른 학교 굿윈아카데미는 학부모들에게 오징어게임 시청 등급에 대해 걱정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학교의 학부모는 SNS에 "우리는 아이들이 오징어게임 시청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경고하는 학교 편지를 두 통 받았다"며 "부모의 책임을 적는다면 더 유용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