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정감사를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부터 '광야'로 나간다. 그는 내년 3월 9일 대선일까지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대장동 의혹, 대선후보 경선 후유증으로 주춤한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초반 페이스가 관건이다.
이 후보는 ①다음주 초 경기지사직을 벗은 뒤 ②'민생'을 주제로 전국을 누빌 채비를 하고 있다. ③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민주정부 4기 계승자'로 쐐기를 박는 것도 이 후보에겐 절실하다. 전국 순회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광주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잡았다. "내가 민주당 대선후보다"라고 천명하기 위해서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다음주 초를 지사직 사퇴 시점으로 잡고 있다. 이번주 중 사퇴도 검토했으나, 도정을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이나 경기도민 간담회 등으로 도민에게 중도 사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퇴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감을 마치면 사퇴할 것으로 본다. 이번 주 중에 하지 않을까"라고 채근했다. 민주당은 "국감 전에 사퇴해 대장동 의혹과 선을 그으라"는 입장이었다.
이 후보의 민심투어는 이르면 다음주 시작된다. 약 일주일간 전국을 다닐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일정과 관련한 3개 시나리오가 이 후보에게 보고됐고, 매우 빡빡한 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로서 유권자들과 처음 만나게 되는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진 못하고 있다. 친노무현·친문재인계에도 아직은 '우리 후보'가 아니다. 이에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 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에도 봉하마을을 찾아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썼다.
문 대통령과의 정식 회동 일정은 20일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10월 말 또는 11월 초 문 대통령의 해외 방문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그치지 않는다.
조급한 건 이 후보다.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힘 싣기'가 무엇보다 급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를 후보 선출 이틀 만에 만났다. 상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3일 만에 대면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니, 20일로 약 열흘째 회동이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