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시 오등봉 공원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도시공원 민간 특례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사업비 부풀리기와 불합리한 협약서 체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 등은 해당 사업이 ‘대장동 개발 비리’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난개발 논란과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한때 무산 위기까지 몰렸지만, 우역고절 끝에 지난 7월 제주시가 실시계획 인가와 사업시행 승인을 고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앞서 2019년 9월 오등봉·중부공원에 대해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오등봉공원 사업은 8,162억 원을 투입해 76만4,863㎡ 공원 부지 중 9만5,080㎡에 1,42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고, 나머지 부지는 공원 시설로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부공원 사업은 3,772억 원을 들여 제주시 건입동 일대 21만4,200㎡ 공원 부지 중 4만4,944㎡에 77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부지를 공원으로 남겨두는 내용이다. 논란 속에서도 고시가 이뤄지면서 민간특례 사업 추진이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 같았지만, 최근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홍명환 도의원이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과 관련해 제주시와 사업자가 체결한 협약서를 공개하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공개된 협약서에는 실시계획 인가 시점을 포함해 행정 처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하면 제주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는 등 제주시가 불리한 내용이 담겼다. 또 제주시의 귀책 사유로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해당 기간만큼 사업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비용에 대해 시가 보상해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면 분양가 재협의도 가능하게 했고, 시행사가 수익률 8.9%를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에 토지 보상 가격으로 사업비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분양가도 오르는 구조로 만들었다.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됐다. 당초 1,630세대로 제안됐던 아파트 세대 수가 1,422세대로 208세대나 축소됐는데도 사업비는 줄어들지 않고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세대당 분양가가 5억5,000만 원에서 6억3,000만 원으로 8,000만 원이 늘어나 사업자가 1,100억 원 상당의 추가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제주시가 “문제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시의 입장에 대해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는 협약서 내용 중 ‘제주시장 귀책 사유’ 부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인가 시점을 지난 8월 10일로 명시한 사유는 도시공원 일몰 기한(8월 11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월 10일이 지나 도시공원이 자동 일몰 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시는 “최종 사업비는 주택건설사업이 승인된 이후 변경되도록 협약서에 명시된 사항”이라며 “세대수가 최종 확정돼 주택건설사업 승인 처분이 이뤄지는 2023년 이후에 총사업비 및 사업계획, 협약 등의 변경이 이루어지도록 협약서에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사업 종료 때 제주시장이 선정한 전문 회계 기관을 통해 사업비를 정산하며, 초과 이익이 발생할 경우 100% 무상 기부 등 조항을 추가 반영해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제주시의 해명에 대해 홍 의원은 재반박에 나서 오등봉 민간특례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 인가 시점을 못박고, 이 기한까지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제주시장이 책임을 지도록 한 협약서 조항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당시 의사 결정에 책임을 졌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해당 사업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당 등도 해당 사업이 ‘대장동 개발비리’와 유사하다며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권 발동과 오등봉 특례사업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또한 해당 사업의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위한 공익소송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