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로 일격 당한 검찰, 특검에 수사 넘길 텐가

입력
2021.10.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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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가 위기를 맞았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에 대해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함에 따라 사실상 수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부실 수사를 거듭하던 검찰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핵심 피의자의 휴대전화 확보나 성남시 압수수색에는 의욕도 보이지 않으면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에 기대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이라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허점투성이 검찰 수사에 대한 지적이나 다름없다. 김씨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건넨 50억 원을 뇌물로 영장에 적시했지만 법원은 대가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검찰은 곽 의원에 대한 조사 한 번 없이 뇌물죄를 적용했다.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성남시에 1,100억 원대의 손실을 입히고 유리한 사업설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의 뇌물을 약속했다는 혐의도 근거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넘긴 녹취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범죄 혐의라서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 판단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의 ABC도 모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셈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으로 일격을 당하자 뒤늦게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증거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전형적인 뒷북수사가 아닐 수 없다. 성남도개공이 성남시 산하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연루 의혹이 진작에 제기됐고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를 의식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터다. 국민적 의혹으로 번진 개발 비리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검찰은 이 지사를 향한 수사에 뜸을 들이면 들일수록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만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