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허락 없이 무단으로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했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불법 다운로드 영상 게시물'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모아서 ‘다시보기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도 형사처벌될까.
대법원은 최근 프랑스의 ‘데일리모션’과 중국의 ‘토도우’ 등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있는 저작권 침해 영상의 '링크'만 모아서 올려놓아도 저작권법 위반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직접 ‘불법 다운로드’ 영상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범죄를 수월하게 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라는 의미다.
A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 게시된 각종 불법 다운로드 영상의 접속 링크를 모아, 영화·드라마·예능·시사 프로그램 등 유형별로 구분해 올려두는 B사이트를 운영했다. 원본 영상은 ‘데일리모션’ 등 해외 사이트에 게시된 것이지만, B사이트에서 재생 버튼을 클릭하면 곧바로 그 화면 내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다.
검찰은 A씨가 630여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불법 다운로드' 영상들을 B사이트에 게시해, 불법 영상을 올린 성명불상자들의 저작권 침해 범죄를 방조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은 A씨가 동영상들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면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웹페이지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는 2015년 3월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사이트에 게시된 영상 초기화면 데이터는 B사이트 서버에 저장된 게 아니고, 방문자가 재생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데일리모션’ 등 서버에서 직접 스트리밍 되는 것”이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링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저작권 침해를 더 '용이하게' 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A씨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A씨에 대한 원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B사이트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중에게 계속 제공해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로, A씨는 침해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영리적·계속적으로 링크를 게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번에 A씨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올해 9월 초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는 단순 일회성 링크 게시만으로는 처벌되지는 않지만, 영리적 목적을 갖고 지속적으로 저작권 침해 영상 링크를 게시할 경우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새 판례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