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임대 아파트.'
이 단어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주거복지 정책의 기준이면서도 가난한 이들에겐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려야 하는 곳이다. 일정 수입 이상을 벌면 방을 빼줘야 하는 거주 조건 탓이다. 그러니 이곳에 생기가 돌 리 만무다. 입주민 80%가 돈벌이에 나가지 않는다는 실태 조사 결과(광주 광산구)는 서글픈 풍경 중 하나일 뿐이다.
이곳 주민들의 복지 환경 개선 프로그램 '늘행복 프로젝트'로 제17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14일 수상 기쁨보다 이런 현실에 더 가슴 아파했다.
그는 "영구 임대 아파트 주민들도 존엄하고 품격 있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스스로 고립시킨 주민들을 사회로 불러내는 게 공공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산구가 영구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돌봄(돌봄센터), 의료(방문 진료), 주거(안심 주택), 일자리(협동조합),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연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도심 속 섬'으로 전락한 이곳에서 '사회적 징역살이'를 하는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실제 광산구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마을 봉사나 마을 정비 등 공익 활동에 참여한 영구 임대 아파트 주민에게 사회활동촉진수당(월 5만 원)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펼쳤는데, 여기에 주민 1,165명이 참여했다. 마을이 일터인 셈이다.
김 구청장은 "복지 정책도 빈곤층에 거주지를 제공했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를 빈곤과 차별이 고착되지 않도록 자족형 공동체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