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태아 위험에 빠트리는 임신중독증 피하려면?

입력
2021.10.16 07:00


#36세 여성 이씨는 4년 동안의 시험관 시술 시도 끝에 드디어 임신을 하게 됐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데다 쌍둥이라는 소식에 가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산전관리 중 시행한 각종 검사결과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8개월 차 들어서면서부터 유난히 손발이 많이 붓기 시작하더니 혈압이 150/100㎜Hg까지 높게 측정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입원할 것을 권했지만, 병원보다는 우선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싶었던 이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 이씨는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어 응급실로 실려 왔다. 남편은 이씨가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했다. 검사 결과, 간·신장기능수치가 정상 수치의 두 배가량 높아져 있었고 항고혈압제 투여에도 혈압이 160/110㎜Hg 이상 측정돼, 응급제왕절개술로 쌍태아를 조산하게 됐다. 이후에도 현재 이씨는 경련에 대한 신경과 진료 및 다양한 기관의 기능부전에 대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임신중독증의 위험인자

임신중독증(전자간증)이란 임신 중에 혈압이 상승하면서 산모의 여러 장기와 태아에 문제를 일으키는 임신 합병증입니다.

고혈압, 간수치 상승, 신기능 저하, 혈소판 감소, 폐부종, 심한 두통 및 시야 장애 등의 증상이 한 가지 이상 동반될 경우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임신 전부터 이미 고혈압이 있었다면 만성 고혈압, 임신 후에 발생한 고혈압이나 위와 같은 증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임신성 고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임신중독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태아와 산모를 연결하고 각종 물질을 전달하는 태반의 해부학적, 기능적 문제와 각종 혈관의 수축이나 혈관에서 분비되는 물질 이상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임신중독증의 가장 궁극적인 치료는 임신 종결, 즉 분만이 이뤄져 태아와 태반이 만출(娩出)되는 것입니다. 위험인자로는 비만, 쌍둥이와 같은 다태임신, 산모의 나이, 유전적 요인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임신중독증 환자는 1만3,757명으로, 2016년 8,112명에 비해 5년 동안 약 1.7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전체 임산부에서 임신중독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더 심각한 증가 추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특히 고령 산모의 증가와 난임 시술을 통한 다태임신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신중독증의 주요 증상

정기적인 산전관리 중 발생하는 고혈압, 단백뇨, 간수치 상승, 신장기능 저하, 혈소판 감소 외에도 산모가 주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증상으로는 주로 손발이 붓고, 두통, 시야 장애, 상복부 통증 등이 있습니다.

중증 임신중독증에서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부전, 단백뇨 증가로 인한 심각한 팔다리 부종과 복수, 간의 혈종 발생, 신장기능부전에 따른 소변량 감소 등 위험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신장기능부전은 향후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하며, 앞선 이씨의 경우와 같이 경련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임신중독증은 태아에게도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태반이 태아보다 먼저 자궁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상황을 태반조기박리라고 하는데, 임신중독증은 이 태반조기박리의 위험인자입니다. 이 경우 태반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량의 질출혈을 일으켜 산모 역시 파종성혈액응고장애 등의 합병증으로 쇼크 혹은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임신중독증에서는 태아성장발육부전이나 태아곤란증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되면 되도록 입원해 각종 검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산모와 태아 상태를 집중 관리해야 합니다.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면?

임신중독증의 가장 최종 치료는 분만입니다. 따라서 임신중독증이 진단된 순간 분만을 염두에 두고 진료가 이뤄지므로, 만삭(임신 37주)이 되지 않았더라도 분만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진통이나 조기양막파수 등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인위적으로 조산을 하는 경우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임신중독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만 후에도 고혈압, 폐부종, 신장기능저하 등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 경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신생아는 당연히 이른둥이(미숙아)로 태어나는 것보다는 배 속에서 더 성장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임신중독증은 산모의 상태와 조산으로 인한 태아의 상태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치열한 과정을 겪게 됩니다.

산모의 임신중독증이 악화되면 태아 역시 자궁 안에서 사산되거나 태아곤란증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분만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산모와 태아 양쪽에서 다양한 요소를 확인합니다.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에 임신중독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거나, 비만·다태임신 등 임신중독증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산모에 대해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12~16주 사이에 투여하기 시작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임신중독증의 발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혈압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산전관리 시 매번 혈압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임신중독증 위험을 확인하기 위한 산모혈액검사 등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임신중독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분만 외에는 없습니다.

다만,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우 중증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을 방지하기 위한 항고혈압제를 사용하거나, 조산이 예상되면 태아의 폐성숙을 돕는 스테로이드의 투여 등 임신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분만 과정에서도 다양한 기관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모와 가족이 몸 상태를 잘 살피고 사소한 이상 징후라도 나타난다면 담당의와 즉시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범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