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하나은행 고객은 편의점 CU에서 24시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업계 최초로 편의점과 은행 기능을 합친 금융특화 편의점이 개점하면서다. 은행 고객 유입으로 인한 집객 효과를 누리려는 편의점과 영업점 축소에 따른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은행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편의점 업계에선 은행 업무까지 흡수한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하나은행과 손잡고 약 50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CU마천파크X하나은행점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 송파구의 CU마천파크점을 재단장한 이 매장은 내부 공간 165㎡(약 50평) 중 12평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스마트 셀프존'이다.
현금자동화기기(ATM)에서 가능한 입출금, 통장정리뿐 아니라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OTP) 발급 등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했던 은행 업무들도 처리할 수 있다. 종합금융기기인 STM(Smart Teller Machine)을 이용해 상담원이 고객과 화상상담을 하고 신분 인증을 거쳐 통장 발급 등을 수행한다. 상담사 연결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면 서비스는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수수료는 ATM·영업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BGF리테일은 수도권에서 점포 반경 500m 이내에 영업점과 ATM이 없는 지역을 찾아 올 연말까지 이런 매장 1곳을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BGF리테일과 하나은행은 편의점 방문 횟수에 따라 우대금리나 CU쿠폰 등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 출시도 논의 중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은행 방문객이 편의점도 이용하는 유인 효과와 함께 제휴카드 이벤트, 관련 금융상품 개발까지 다양한 융합 서비스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편의점들도 은행권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신한은행과 손잡고 이달 중 은행 접근성이 낮은 강원 정선군에 금융특화 편의점 1호점을 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부터 우리은행과 거스름돈 계좌 입금 서비스 등 신사업을 논의 중이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영업점을 줄이는 은행 입장에선 편의점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묘수로 떠올랐다. 편의점을 활용해 운영비용도 절감하고 오프라인 경쟁력이 약화되는 시장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이 폐점한 영업점 수는 304개이고, 올 상반기에도 79개가 더 줄었다. 반면 편의점의 전국 영업망은 더 탄탄해지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빅4 편의점 가맹점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4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가맹점은 5년 새 1만3,000개 이상 증가했다. CU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해 3,991개(37.1%)가 늘었다.
무엇보다 영업점 축소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이 금융 사각지대인데, 접근성 높은 편의점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비용에 수수료 이익이 적은 ATM은 수익성이 떨어져 무작정 확대하기 어렵다"며 "변화한 금융환경에 맞춰 금융 소외계층 문제도 덜고 다양한 신사업으로 부가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휴 실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