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인터넷에 공개된 보고서는 찾아 읽기 어렵고, 많은 이들의 질문은 ‘그래서 탄소중립은 가능해?’, ‘우리나라 2030년 감축목표는 몇 %가 될 것 같아?’에 쏠리는 것 같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주요한 메시지는 현재의 지구온난화 수준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1℃ 높아진 상태인데, 가까운 미래(2021~2040)에 1.5℃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구온난화 1.5℃를 초과하면, 기후재난의 일상화와 동시에 모든 부문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피해를 겪게 된다. 지구온난화 1.5℃의 심각성은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던 선진국과 개도국들도 만장일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2016)을 체결하게 할 만큼 중대하다. 이번 IPCC 평가보고서를 통해서, 우리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에만 먼 미래(2081~2100)에 조금 더 나은 환경을 꿈꿀 수 있고, 탄소중립에 실패하면 끔찍한 기후 재앙을 겪을 것이란 예측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IPCC 보고서의 의미를 공유하고 탄소중립을 고민하는 전문가 그룹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해설 강연과 국회기후변화포럼 심포지엄 영상은 유투브에서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모두가 기다리던 ‘탄소중립기본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조정을 위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들은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조직개편을 포함, 다양한 과제발굴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의 우려와 시민사회·청년·청소년들의 실망감 가득한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기후변화 대응에 충분히 녹여내는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경우, 세기 말에는 온난화 수준이 떨어져서 기후변화를 조금은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유일한 희망이다. 세상에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지만, ‘어차피 1.5℃ 온난화에 도달하는데, 탄소중립을 꼭 해야하나?’라는 질문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9월 20일 UN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담에서 대통령과 BTS가 이야기한 미래세대에까지 현재의 지구를 그대로 물려주는 것,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에 ‘2050 탄소중립’ 이외의 해답은 없다.
탄소중립이 모든 기후변화 이슈를 점령한 상황에서, 머지않아 우리가 1.5℃ 온난화를 겪게 됨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탄소중립 추진은 경제성장 모멘텀 지속에 필수적일지 모르나, 기후변화로 발생하게 될 피해들까지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까지 100~2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확률의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면, 경험하지 못한 기후조건에서는 이런 대비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기후환경에서는 미처 상상하지 못한 규모와 빈도의 피해가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적응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기후변화로부터 삶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취약점을 다듬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과거에는 삶의 여유를 상징하던 물건들, 특히 냉난방 기기들이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생필품으로 재평가되고, 우리 사회가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의 범위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다행인 것은 마련된 기본법에 탄소중립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과 기후변화영향평가의 추진도 함께 담겼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지구온난화 1.5℃에 가까워지면, 세상은 기후변화 과학과 기후변화 적응을 고민해온 사람들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