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쟁' 촉발한 미 카드 교수 등 3명에 노벨 경제학상

입력
2021.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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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실험으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분석
도구변수 통해 인과관계 분석한 교수 2명도 공동 수상
"중요 사회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인류 능력 키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계량 경제학자 3명에게 올해의 노벨상이 수여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카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조슈아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휘도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를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민이 임금·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미래 소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그간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수상 사유를 설명했다.

카드 교수는 2019년 사망한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최저임금 논쟁’을 촉발한 경제학자다. 그는 1995년 출간한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미국 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의 410개 패스트푸드점을 설문조사해 고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1992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올린 뉴저지주 패스트푸드점에선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 반면 최저임금 4.25달러로 유지한 펜실베이니아주 패스트푸드점에선 신규 고용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그의 도발적인 주장 이후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발표되는 등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잇따랐다.

이후에도 그는 무작위 실험이나 그와 유사한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상황인 ‘자연실험’을 통해 최저임금과 이민제도, 교육 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노벨위원회는 “카드 교수는 통념에 도전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민이 자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증대한다는 점도 밝혔다”고 평했다.

공동 수상자인 앵그리스트·임번스 교수는 도구변수 등을 통해 인과관계를 정확히 분석하는 방안을 고안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A의 변화가 B를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하기 위해 A에만 영향을 미치는 도구변수를 추가해 A와 B의 변화를 추적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게 의무교육기간이 임금수준에 미치는 연구결과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만 16세가 돼야만 중퇴할 수 있는 미국의 교육 제도를 활용해, 1년을 더 교육받은 학생들의 급여를 조사해 추가 교육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임번스 교수는 계량경제학자로서 여러 차례 앵그리스트 교수와 논문을 같이 쓰면서, 다양한 통계적 방법론을 제공했다. 노벨 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사회에서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노벨 경제학상의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원)다. 이 중 카드 교수가 절반인 500만 스웨덴크로나를, 연구 분야가 같은 앵그리스트 교수와 임번스 교수는 나머지 500만 스웨덴크로나를 반씩 나눠 갖게 된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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