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소득만큼 금융권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등 서민금융상품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적용 제외 대출 상품이 많은 DSR 규제는 가계부채를 적게 측정, 결국 빚을 더 늘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DSR 적용 대상을 전세대출, 서민금융상품까지 넓힐 경우 실수요자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강도를 고심 중이다. 아울러 청와대까지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주문한 만큼 서민금융상품을 취약층이 더 이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조정할 방침이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주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차주별 DSR 40%를 골자로 지난 7월부터 시행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지 못하자 내놓는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13일 공개되는 '9월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파악한 후 최종 대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추가대책은 '차주의 상환 능력 평가 제고'에 초점을 뒀다. 차주별 DSR 40%는 연소득 대비 대출 원금·이자 상환액을 40%로 제한하는 규제다. 하지만 △전세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계약 대출 △서민금융상품 등 DSR을 산정할 때 빠지는 대출이 수두룩해 가계부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주 빚을 실제보다 적게 측정하면 상환 능력은 높게 평가돼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진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 DSR 제도는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다양한 대출 상품을 예외로 두고 있어 풍선효과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DSR 규제의 허점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전세대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서민금융상품을 DSR 대상으로 포함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전세대출, 서민금융상품이 이끌고 있는 만큼 관련 대출을 DSR 규제 틀 내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카드론도 DSR 적용 시기를 내년 7월에서 앞당길 것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실수요자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DSR 규제에 포함시키려는 대출 상품의 이용객들은 여윳돈이 부족한 서민 차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절벽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하며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도 금융위로서는 부담이다.
금융위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실수요자도 갚을 능력만큼 대출을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한편, 취약층 대출 자체가 막히는 상황은 차단할 방침이다. 전세대출보다 실수요 성격이 더 강한 서민금융상품은 DSR 적용 제외를 유지하거나, 서민금융상품 중 고소득자도 빌릴 수 있었던 적격대출 재원을 서민이 주로 쓰는 보금자리론에 투입하는 안이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추가대책은 여러 조합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라며 "DSR 대상을 넓히는 건 파급력이 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