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판박이'…평택 현덕지구도 경기도공 반대에도 강행

입력
2021.10.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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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판박이’로 불리는 평택 현덕지구 민관합동 개발 사업에서도 특수목적법인(SPC) 최대 주주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처음엔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의지로 사업이 강행돼, 결과적으로 대장동처럼 특정 민간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덕지구 개발은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 일대 231만6,000㎡에 유통ㆍ관광ㆍ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인데, 이 후보의 지사 취임 뒤 민관합동으로 추진 방식을 변경해 ‘제2의 대장동’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GH, 황해청에 "사업성 낮고 민관합작도 부정적"

1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9년 8월 ‘현덕지구 추진 관련 경기도시공사 협의 결과’ 문서를 보면, GH 측은 당시 현덕지구를 개발하자는 황해경제자유구역청(현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요구에 소극적 입장이었다. “사업성이 너무 낮고,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GH의 공사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유였다.

GH는 공공부문이 ‘50%+1주’, 민간업체가 ‘50%-1주’ 지분을 갖는 민관합동 방식에도 부정적이었다. GH 측은 협의에서 “민간 참여가 좋은 점은 있으나 이견이 생길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부정적 상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도시공사가 민간합작 사업을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사업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에도 GH는 “개선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일축했다.

GH는 현재 현덕지구 개발 출자법인(PFV) 지분 '3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역할이 같다. 이 후보의 측근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내부 반발을 무시하고 화천대유 등 민간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현덕지구 역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지 않은 반대에 부닥쳤던 셈이다.

사업 타당성 '낙제점' 평가에도 강행

GH의 우려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지난해 5월 현덕지구 개발이 재정ㆍ경제ㆍ정책적 측면에서 전부 ‘미흡하다’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민관합동 개발안은 지난해 12월 ‘여대야소’ 구도인 도의회를 통과했고, 이후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 대구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야당은 여러 정황을 근거로 부적격 판단에도 사업을 강행 추진한 당사자로 이 후보를 의심한다. 그는 2019년 7월 페이스북에 “대장동을 공공개발로 전환해 그 이익을 성남시민께 돌려드렸던 사례가 있다. 현덕지구 사업도 잘 추진해 이익을 도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썼다. 또 지난해 12월 경기경제자유구역청 담당 과장은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을 때 ‘현덕지구 개발 사업이 경기지사의 지침을 받아서 추진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풋옵션' 활용한 신종 특혜 의심도

우선협상자인 대구은행 컨소시엄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먼저 컨소시엄 지분 2%를 보유한 인테리어 전문업체 오츠메쎄의 대표이사 안모(52)씨가 이 후보 팬클럽 ‘OK이재명’의 대표발기인 출신이어서 특혜가 아니냐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그는 과거 뇌물ㆍ배임 혐의 등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업체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대장동과 다른 신종 수법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구은행 등 금융기관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면 랜드영(지분 8.4%), 리얼티플러스(3.6%), 오츠메쎄가 특정 비율로 구입하게 돼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기관이 영세 기업에 풋옵션을 걸었다는 건 안전장치 마련 차원에서 상식적이지 않다”며 “대장동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민간업자들에게 지분을 나눠 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