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4강'에 진출한 주인공들이 8일 확정됐다. 6, 7일 진행한 일반국민 여론조사(70%)와 당원투표(30%)를 합산한 결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내년 3월 대선 본선에 나설 '최후의 1인'은 다음 달 5일 결정된다.
'2강 1중 1약'으로 요약되는 경선 판세는 안갯속이다. 특히 '2강'인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고, 유 전 의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①더욱 높아진 당원투표 비율 ②주자들의 합종연횡 ③경선 룰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직선거법상 주자별 득표율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앞다퉈 1위를 자신했다. 윤 전 총장은 경북 영주 국민의힘 당협 사무실을 방문해 "2차 경선도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고 주장했고, 홍 의원은 당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반영하듯 당 내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득표율이 담긴 내용이 돌아 논란이 일었다. 일부는 윤 전 총장이, 다른 일부는 홍 의원이 각각 2차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카톡)방에 돌아다니는 2차경선 결과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갖 망언을 하고 거짓말로 해명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가짜뉴스로 민심과 당심을 현혹하려고 하는 게 참으로 측은하다"며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심과 당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2차 컷오프에서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간 선두 경쟁 속에 유 전 의원이 뒤쫓는 구도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원 전 지사의 4강 진출은 이변으로 꼽힌다. 경선 초반 낮은 인지도로 고전했지만, 최근 TV토론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제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향후 변수로는 ①달라진 당심(黨心) 비중이 꼽힌다. 이번 2차 컷오프에선 당원투표가 30%였던 것에 비해 본경선은 당원투표가 50% 반영된다. 특히 지난 6월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원이 2배 가까이 늘면서 당원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지역과 연령으로 볼 때 대구·경북(TK)과 60대 이상이 당원의 주축이었지만, 최근 수도권과 20~40대 유입이 크게 늘었다. 본경선 당원투표 선거인단도 55만 명으로 2차 컷오프(약 37만 명)에 비해 18만 명이나 늘었다. 신규 입당한 이들의 표심에 따라 주자들 간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②룰의 전쟁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앞서 본경선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되, '본선 경쟁력'을 묻는다고 정리한 바 있다. 다만 세부 문항을 어떻게 할지 결론 짓지 않은 만큼 향후 문항 설계를 두고 주자들은 득실 계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차 컷오프에 앞서 윤 전 총장이 '위장당원' 주장을 제기한 것도 본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③원 전 지사의 합류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 원 전 지사와 홍 의원, 유 전 의원의 공략 대상은 중도보수·20~40세대로 겹친다. 이를 의식해 원 전 지사는 TV토론 때마다 홍 의원을 '개혁 대상'으로 규정해 비판해왔고, 유 전 의원과도 정책 경쟁을 벌여 왔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경선에 앞서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주도권 경쟁을 벌일 때 원 전 지사가 직·간접적으로 윤 전 총장을 옹호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가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과,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위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는 상황이 아닌 만큼 남은 한 달간 경선 구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