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정치인의 예능 나들이…꾸준한 갑론을박

입력
2021.10.09 10:07
SBS '집사부일체', TV조선 '와카남' 등 정치인들의 연이은 예능 출연
새로운 이미지 부각과 예능 취지 잃었다는 장단점

'집사부일체'부터 '와카남'까지,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예능에서 일상을 공개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주려는 목적이다. 이로 인한 시청률과 화제성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다만 정치인들의 예능이 이미지 메이킹 용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최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 대선 주자 특집 방송, TV조선의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홍준표 의원 편이 큰 화두에 올랐다. '집사부일체'는 전국 기준 이낙연 전 대표 편 (6.2%), 윤석열 전 총장 편 (7.4%), 이재명 경기지사 편 (9.0%)으로 나눴고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냈다. 홍준표 의원의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출연분은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7.3%까지 치솟았으며 동시간대 예능 1위에 올랐다.

정치인과 예능국, 결과적으로는 '윈윈'

과거부터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꾸준했던 이유는 모두에게 '일거양득'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치인들은 예능을 통해 친근하면서도 소탈함, 혹은 유쾌함 섞인 이미지를 얻게 된다. 기존과 다른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재명 지사는 가족 간 욕설 사건을 예능에서 직접 언급,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지사는 "그 형님은 내가 간첩이라고 믿고 있었다. 언젠간 화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우고 싶지만 책임져야 할 개인사다. 공직자로서 품격을 유지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고백했다.

좋은 예시로 지난 1월 나경원의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분은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11.2%를 기록, 지난 방송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방송사와 프로그램 연출진 입장에서는 쏠쏠한 아이템이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잡으면서 게스트의 스펙트럼까지 확장시켰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의 예능 출연을 두고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초대해 선거 홍보에 활용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남양주시는 앞서 SBS를 상대로 '집사부일체' 이재명 편의 일부 내용 방영 중단 요청과 함께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예능 취지 잃은 모습에 비판 목소리도 높아

정치인들의 예능 출격은 수년간 지속된 그림이다. 지난 2017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2019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능 출연 역시 종종 이뤄졌다.

하지만 예능의 취지를 벗어나는 그림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특정 방송사가 정치인을 긍정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만 '집사부일체'의 경우 TV조선 '아내의 맛'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보다는 다양한 색채의 정치인을 섭외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를 마냥 추켜세우기 바쁜 예능은 그리 재밌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앞서의 사례들 중 대다수는 '호탕하고 쿨한 성격'으로 미담을 늘어놓고 서민적인 일상을 공개, 부부간의 화목함, 자식과의 소통을 반드시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와카남' 측은 연출 의도 및 섭외 배경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집사부일체'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대선 주자들 중 대선 주자들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세 명의 주자들이 사부로 출연했다. 세 사부가 살아온 인생역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이라 밝힌 바 있다.

화제성만 쫓다간 시청자들의 신뢰 허물어져

예능 제작진들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은 화제성이 아닌 '시청자'다. 마냥 화제성을 쫓다간 시청자들의 신뢰감을 저하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아울러 방송 출연에서 소외되는 정당, 후보군에 대한 불공정 문제도 있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홍보용 영상'에 그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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