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참새ㆍ도롱뇽 등 일부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급격한 기온 상승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과학자들은 급격한 변화가 생태계 교란은 물론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9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와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과학자들은 1978년에서 2016년까지 38년간 새 52종의 크기가 평균 2.6%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여름 기온이 높아진 시기의 다음 해에 발견된 새는 다리 아랫부분인 뒷발목뼈의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갈색지빠귀, 멧참새 등 박물관에 보관된 약 7만 개의 새 표본을 조사한 결과다.
크기가 줄어든 건 조류뿐만이 아니다. 2017년 연구(미 루이지애나 주립대)에 따르면 대서양에서 발견된 청어의 크기가 지난 65년간 15%나 줄어들었다. 또 1950년부터 2012년까지 약 60년간 도롱뇽 여섯 종류의 몸집이 작아졌다는 연구 결과(2014년 미 메릴랜드대)도 있다. 1980년대 이후 발견된 도롱뇽은 그 이전에 태어난 것보다 크기가 8% 작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도롱뇽 크기는 약 1%씩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포유류인 사슴, 곤충인 딱정벌레 등도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지는 건 기온에 따라 항온동물의 신체 표면적이 달라진다는 생물학 이론인 베르그만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더운 곳에 살수록 몸집이 작은 동물이 열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는데 유리하고, 추운 곳에 살수록 몸집이 커야 체온 유지가 쉽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수마트라 호랑이가 러시아에 서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덩치가 작은 이유다. 새나 사슴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이 같은 원리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체 온도 조절능력이 없는 어류나, 도롱뇽 같은 변온동물의 크기가 변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크기가 작아져도 온도 적응에 유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이상기온으로 변온동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올챙이가 알에서 깨어나 개구리로 변태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이로 인해 크기가 충분히 커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약 56만 년 전, 지구의 극열기라고 불리던 에오세(Eocene)의 화석에서도 기온 상승으로 많은 동물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관찰되는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에오세에서는 약 1만 년에 걸쳐 지구 온도가 섭씨 5~8도나 상승했지만, 현재 지구의 온도는 약 100년 만에 1도나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자연적’ 온도변화보다 10배 이상 빠른 이상 고온으로 기후위기가 진행 중인 것이다.
연구진들은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생식력도 줄어들어 점차 적은 수의 새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멸종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각 생물종의 크기변화 속도가 제각각이라 생태계 먹이사슬이 교란될 가능성도 있다. 조류 크기 변화를 연구한 미시간대의 브라이언 윅스 교수는 “새들의 변화가 진화의 과정인지 특정 시기의 변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새들의 기후위기 적응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