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노랗게 변했고 머리는 핑핑 돌았다. 목소리도 변했다. 배우 정진운은 그래도 담배를 피웠다. '브라더'의 흡연 장면을 위해서였다. 연기지만 진짜이길 원했다. 2, 3개월 동안 고통 속에 담배를 피웠다는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최선을 다한 정진운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정진운은 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브라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브라더'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범죄 조직에 잠입한 형사 강수(정진운)와 거대 범죄에 잔뼈 굵은 조직 실세 용식(조재윤), 다른 목적으로 한 팀이 된 두 남자의 누구도 믿지 못할 팀플레이를 담은 작품이다.
정진운은 그룹 2AM 출신이다.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는 그의 연기 실력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진운은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활동을 계속 해왔는데 편견이 없으면 그것도 서운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 보이고 싶은데 영화를 보시지 않고 캐스팅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다. 미팅, 오디션에 갔을 때 음악이나 예능 얘기를 먼저 해주시기도 한다. 아쉽다"고 했다.
이어 정진운은 "'쟤가 왜 계속 나오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라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양쪽의 이미지를 모두 각인시켜드리고 내가 잘하면 좋게 봐주실 듯하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하고 싶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많은 분들이 배우로 봐주시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많은 분들이 캐스팅에서 제 이름을 보셨을 때 익숙한 듯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브라더' 속 정진운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는 액션 영화 출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면 속 내가 몸을 잘 쓰는 것처럼 보이더라"며 액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정진운은 "액션 영화에서 보이는 자세와 운동을 할 때의 자세는 다르다. 여러 운동을 배웠지만 나도 자세를 다시 배워야 했다. 잘 할 거라고 자부했는데 처음엔 어색했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강수는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다. 그는 "강수가 싸움을 잘한다. 맷집이 좋고 맞으면서도 달려간다"라며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액션을 하며 수정을 많이 했다. 너무 전문가처럼 하는 것보다는 막싸움이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감독님이) 깡으로 밀고 나가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액션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정진운과 '브라더' 속 강수는 닮아 있다. 자신이 지키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정진운은 과거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고 꽁초를 빼앗아 도망가기까지 했단다. 그는 "그분이 쫓아오셔서 무서워하며 도망갔다"고 설명했다.
강수와 정진운이 실제로 많이 닮아 있어서였을까. 강수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참고한 캐릭터는 없었다. 정진운은 "형사님들을 뵙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만나지 말라고 하시더라. 뵙게 되면 그분들을 따라 하게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정진운은 강수에 대해 끝없이 상상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정진운과 조재윤은 '브라더'에서 진한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카메라 밖 두 사람의 관계는 어땠을까. 정진운은 "형과 술을 긴 시간 동안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어릴 때 살았던 지역 얘기, 학교 얘기 등을 했다. 그렇게 친해졌다. 그때의 기억이 정말 좋았어서 다른 날에도 술을 많이 마셨다"고 했다. "사적인 만남을 많이 가졌다"고도 말했다.
조재윤에 대해 말하는 정진운의 눈빛에서는 깊은 존경심이 묻어났다.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그를 보며 많은 것들을 깨달았단다. "재윤 형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어요. 재윤 형은 세심한 배우에요. 세트장의 구성, 나사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확인하죠. 형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저도 배역의 시선에서 더 세심하게 주변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정진운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배우다. 그러나 그가 계속 연기를 사랑했던 건 아니다. 정진운은 "'연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첫 드라마를 시작하진 않았다. 그땐 최선을 다해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에 애정을 느끼진 않았지만 최선은 다했다는 소리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조금씩 연기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 어느 순간 그에겐 도전 의식이 생겼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연기가 진짜처럼 보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진운은 "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통해 정진운이라는 사람의 이미지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다음 목표를 밝혔다.
노력하는 배우 정진운은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주변인들도 그의 변화를 알아봐 주는 듯하다. "'브라더'의 감독님께서 크랭크인 했을 때와 크랭크업 했을 때의 느낌이 정말 다르다고 하셨어요.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진 잘 모르겠지만 한 걸음씩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진운과 조재윤의 열정이 담긴 '브라더'는 이날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