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대만해협

입력
2021.10.06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이 미사일로 대만을 위협했던 1990년대 중반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 미국을 향한 가장 높은 수위의 발언은 핵공격 엄포였다. 당시 인민해방군 슝광카이 부총참모장은 “만약 미국이 대만에 개입하면 중국은 핵미사일로 로스앤젤레스를 파괴할 것”이라며 “미국은 타이베이보다 로스앤젤레스를 걱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발언을 2005년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주청후 방무학원장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미 해군 대장이 공저로 낸 소설 ‘2034 미중 전쟁’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룬다. 전장은 대만해협이 아니고 남중국해다. 중국이 미 구축함을 격침시키고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의 전력을 상당 정도 무력화한다. 결국 미국이 함대지 미사일로 광둥성 장장을 핵 공격하고 이에 맞서 중국은 샌디에이고, 갈베스톤 등 미국 서부 도시에 핵 미사일을 쏜다. 다시 반격에 나선 미국의 상하이 핵 공격으로 3,000만 명이 희생된 뒤 인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전쟁이 수습된다는 내용이다.

□ 책을 낸 뒤 스태브리디스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미중 전쟁을)2050년쯤으로 상정했지만 분석을 해가는 동안 13년 뒤의 일로 기간이 짧아졌다. 그런데도 군 관계자나 정책 담당자들은 '좋은 소설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며 '더 빨리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더라"는 것이다.

□ 대만 주변 정세가 악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경절인 지난 1일부터 나흘째 매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전투기 등 수십 대를 띄워 위협하고 있다. 일부 관영지는 “중국은 대만과 미국의 협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은 실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만 외교부장은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사 항전 의지를 말한다. 마침 그 시각 필리핀해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6개국 항모전단이 군사훈련 중이었다. 초유의 본격적인 핵 전쟁을 상정한 스태브리디스의 픽션에서 관련국 모두가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김범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