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울릉의료원) 산부인과는 모처럼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울릉도에 7개월째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북도립 포항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입도해 진료에 나섰기 때문이다. 몇 달간 산전 기본 진찰과 태아 초음파 검사를 받지 못한 임신부 6명을 비롯한 주민 20명이 이날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포항의료원 의료진 입도는 한 달에 한 번뿐이라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의 불안감은 크다.
울릉도 유일 종합의료기관인 울릉의료원이 일부 진료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공중보건의(공보의) 13명을 두고 9개 진료과목을 운영해온 울릉의료원은 올해 공보 부족으로 산부인과 내과 정형외과 등 3개 진료과 전문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7개월이 되도록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전문의 공석 상황이 장기화하자, 의료원은 임시변통으로 이들 3개 과 진료를 다른 과목 전문의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울릉군은 울릉의료원을 제외하면 치과, 한의원 등 소수의 개인 의원만 있을 뿐이다.
공보의 충원이 여의치 않자 울릉의료원은 내과와 정형외과에 대해 처음으로 민간 전문의 채용에 나섰다. 권정식 원무과장은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육지 병원 수준의 급여에 관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전문의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교육이나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한 울릉도에서 파격적 처우 없이 일할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의료원 관계자도 "뱃길만 해도 연간 결항률이 100일에 달하고 정주 여건도 좋지 않아 민간 전문의를 구하는 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울릉의료원은 5월에도 원장 퇴임을 앞두고 채용 공고를 냈지만 한동안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원장 자리를 비워 둬야 했다. 김병수 울릉군수가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군 차원에서 안간힘을 써 지난달 겨우 후임 원장을 영입했다.
산부인과는 최근 정부 지원으로 급한 불을 껐다. 보건복지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울릉군이 선정되면서, 지난달부터 포항의료원 의사가 매달 한 차례 입도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울릉군 의료인력 부족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군 보건의료원 진료를 전담하는 공보의 숫자가 매년 감소하면서, 울릉군처럼 인구가 많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지역은 의사 부족 현상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한의사를 제외한 공중보건의는 2017년 2,563명에서 2018년 2,491명, 2019년 2,470명, 지난해 2,449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울릉군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의료진 확보는 해마다 낮아지는 출산율과 직결된 문제라서 보다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병수 군수는 최근 다른 지역 국공립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 순환근무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군수는 "소속은 원래 육지 병원에 두되 6개월이라도 울릉군에서 일하면 파격적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면서 "인구가 1만 명에 못 미쳐 재정이 열악한 군 입장에서는 우대 조건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