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고발장 전달에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파악,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겼다. 검사 사건을 의무적으로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과 현재 진행 중인 공수처와의 중복수사 우려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고발장 작성자 규명 등 의혹의 실체 파악은 온전히 공수처의 몫으로 남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총장, 손준성 검사 등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이날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3일 최 대표 등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뒤 앞서 진상조사를 진행하던 대검찰청 감찰부 자료를 넘겨 받아 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손 검사와 함께 일했던 현직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 등 추가 조사도 벌였다.
검찰은 이를 통해 제보자 조성은씨로부터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까지 고발장 등이 전달되는 과정에 손 검사가 있었다는 사실은 파악할 수 있었다. 조씨가 검찰에 제출한 텔레그램 자료들에 표시된 '손준성 보냄' 문구 등이 조작되지 않았으며, 전달된 자료에 포함된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X 지모씨의 과거 실명 판결문을 손 검사가 지휘하고 있던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열람한 흔적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이첩을 공수처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검사(손준성)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돼 이첩했다"며 "그 밖의 피고소인들도 중복수사 방지 등을 고려해 함께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현직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공수처와의 수사 중복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초점을 맞춘 공수처 수사와 달리 '선거 개입 목적으로 고발을 사주했다'는 공직선거법 혐의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의혹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수사의 비효율 및 인권침해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검찰은 사건 이첩을 두고 손 검사의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거나,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고발장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으로, 고발장을 최초로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여러 경우의 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검찰의 손을 떠나면서 의혹의 실체 규명은 공수처가 일임하게 됐다. 공수처는 향후 고발장 최초 전달자와 작성자가 누구인지, 수사정보정책관실 내에서 외부 유출 및 고발 사주의 목적으로 실명 판결문을 열람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손 검사는 이날 이첩 사실이 공개된 뒤 "일부 언론에서 저의 관여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하며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에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이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고, 향후 공정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피의사실 공표나 명예훼손 등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조성은씨가 윤석열 전 총장과 김웅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 역시 검사의 수사 개시 대상 범죄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이날 경찰로 이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