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빼낸) 물류 측면에선 성공이었지만 전략적으로는 실패였다.”
미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및 작전 평가다. 그는 아프간 철군으로 동맹의 신뢰를 잃었다고도 했다. 아프간에 최소 2,500명의 미군이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아프간 철수 작전 혼란의 책임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고 아프간 정부군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밀리 의장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케네스 맥켄지 중부사령관은 이날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나란히 출석했다. 지난달 말 20년 아프간 전쟁을 끝낸 철수 작전 이후 의회의 국방 및 군 관련 첫 공식 회의였다.
야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작전 실패를 거듭해서 지적했다. “철군은 미국의 신뢰도에 심각한 상처를 줬다”(로저 위커 의원), “미군을 주둔해야 한다는 요구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했을 때 왜 사임하지 않았나”(톰 코튼 의원) 등의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밀리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프간에 최소 2,500명의 미군 주둔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급한 철군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완전한 탈레반의 점령이나 내전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같은 달 25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면 철수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군이 아프간에 2,500명의 미군을 남겼다면 탈레반과 전쟁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군 참모 간 이견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철수 작전을 통해 미국 시민과 아프간 현지 조력자 12만4,000명을 대피시킨 일을 성과로 꼽았다. 미군이 매일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고, 8월 말 이후 미군이 주둔했다면 더 큰 피해를 당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밀리 의장 역시 9월 이후 탈레반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2만5,000명 이상의 미군 주둔이 필요했고 탈레반과 전쟁이 벌어져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미군 지도부는 아프간 정부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오스틴 장관은 “전쟁 막바지 몇 주 동안 아프간 군대가 총 한 발 쏘지 않고 붕괴한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령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며 “부패와 아프간 고위층의 형편없는 지도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해 2월 탈레반과 맺은 철군 협정이 아프간 정부군을 약화시켰다고도 했다. 물론 정보 판단 실패도 인정했다.
한편 밀리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공격 오해를 막고 핵전쟁 제어를 위해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중국 합참의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 승인을 얻었고 합참의장 임무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