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개씩 생기는 출렁다리... 관광산업 '효자'이긴 한데...

입력
2021.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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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왕암 출렁다리 개통 2달 50만 명 방문 '대박'
전국 출렁다리 196개… 지난해보다 25개 증가
지속성 의문… 환경 파괴 우려도 부담

평일이던 24일 오전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까지 오락가락했지만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공원 북측 해안 산책로로 향했다. 지난 7월 개통한 출렁다리가 있는 곳이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해안 산책로 일대 돌출지형인 ‘햇개비’에서 ‘수루방’ 사이 303m 구간을 연결한다. 폭 1.5m 규모로 중간 지지대 없이 한 번에 이어지는 '무주탑 보행현수교' 가운데선 국내 최장이다. 최고 42m 높이의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아찔함’ 그 자체다.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 대부분이 산 속에 있는 것과 달리 도심 공원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날 친척들과 함께 대왕암공원을 찾은 김순식(62)씨는 “지인들이 와도 보여줄 곳이 마땅찮았는데 출렁다리가 생기고부턴 달라졌다”고 했다.

울산시 동구에 따르면 대왕암 출렁다리 방문객은 7월 15일 개통 이후 68일 만인 지난 20일 50만 명을 돌파했다. 운영시간이 오전 10시~오후 6시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1,000명이 다녀간 셈이다.

출렁다리 하나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인근 상인들은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뚝 떨어졌던 매출은 출렁다리 개통 후 회복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윤소미(45)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3배나 올랐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낫다”며 미소 지었다. 식당 사장 이지현(67)씨 역시 “가게를 연 지 1년 만에 코로나가 닥치는 바람에 막막했는데, 출렁다리 덕분에 살았다"며 "올 초와 비교하면 손님이 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출렁다리는 지역 관광산업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충남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402m)는 2019년 개통 2개월 만에 100만 명, 18개월 만에 400만 명을 끌어모았다. 이는 예산군 인구(7만7000명)의 50배가 넘는 규모다. 당시 '국내 최장 출렁다리'로 유명세를 탄 덕분이다.

또 지난해 10월 개통한 경남 거창 Y자형 출렁다리와 올 7월부터 임시 개통 중인 충남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도 '유일' '최장' 등의 타이틀을 앞세워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설치할 수 있는 출렁다리가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면서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출렁다리 설치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의 출렁다리는 196개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 171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2개씩 새로 생긴 셈이다. 전북 임실과 경남 하동, 경북 안동·봉화, 충북 제천·단양·충주 등 현재 출렁다리를 추진 중인 시군도 수십 곳이라 '200개 돌파'는 시간문제다.

이동 약자들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경제에도 온기를 불어 넣는 출렁다리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순기능들이 적지 않은 곳에서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문을 연 충남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는 입장객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6년 89만 명이었지만, 2019년 57만 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 3분의 1(26만 명)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최장' '최고' '유일' 타이틀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장호 출렁다리 관광객이 급갑한 2019년엔 인근에 '국내 최장 현수교(207m)' 예당호 출렁다리가 완공됐고, 예당호 출렁다리 역시 개통 2년 만에 탑정호 출렁다리에 '국내 최장' 타이틀을 넘겨야 했다. 탑정호 출렁다리도 내년 경북 안동의 750m짜리 출렁다리가 개통하면 2위로 밀려난다. 무주탑 가운데 길이 1위를 내세워 재미를 보고 있는 울산 대왕암출렁다리도 내년 완공 예정인 충북 충추호 출렁다리(331m)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신세다.

이에 김남현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다른 지자체보다 더 길게, 더 높게 무한경쟁식으로 설치되는 게 문제"라며 "주변에 연계된 관광 자원이 없다면 사양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량 건설에 비해 친화경적이라고는 하지만, 무분별한 출렁다리 설치로 파괴되는 환경 문제도 숙제다.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다른 나라는 산에 박았던 철심도 다시 뽑는 마당에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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