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보다 낫다" 기회 줄었어도 여전히 '줍줍'에 쏠리는 눈길

입력
2021.09.26 09:00
19면
청약통장 필요 없고 추첨제로 청약 문턱 낮아
'청약 열풍'에 물량 많지 않고 자격 강화
"자금 마련 계획 세우고 꾸준한 모니터링 필요"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속한 청약시장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요새 청약시장에서는 "4인 가구 중년 무주택자가 아니면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 나옵니다. 그만큼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높습니다. 중도금 대출이 막힌 분양가 9억 원 이상 아파트까지 완판 행진을 이어갈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무순위·잔여세대 추첨 물량, 이른바 '줍줍'을 노리는 수요자도 늘고 있습니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무순위·잔여세대 247가구 청약에는 무려 26만4,22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070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5가구 모집에 약 25만 명이 쇄도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를 제외하더라도 평균 경쟁률은 63대 1에 달합니다. 2년 전 39.6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줍줍 열기는 더 뜨거워졌습니다.

청약통장 없이 추첨제로 시세차익을

무순위·잔여세대 청약은 입주자모집공고 후 미계약이나 미분양 등으로 잔여물량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소진하는 추가 청약입니다. 본청약 전 미리 대상자를 모으는 '사전접수'와 본청약 결과 발표 뒤 진행하는 '사후접수'로 나뉩니다. 이따금 불법전매나 청약통장 매매 등 시장 교란행위로 회수된 '계약취소주택 재공급' 신청을 받기도 합니다.

잔여물량을 없애기 위해 진행하기 때문에 완화된 공급 기준을 적용합니다. 청약통장 유무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려서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의 진입 문턱도 낮은 편입니다. '시세차익 15억 원'으로 관심을 모은 디에이치자이개포도 29세 남성과 36세 남성이 당첨됐습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도 사전접수는 가능합니다. 사전접수와 비규제지역의 사후접수 청약은 재당첨 제한 기간 중에도 할 수 있고, 당첨되더라도 타 주택의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심지어 공급질서 교란자로 적발된 사람이라도 사전접수와 비규제지역의 사후접수 유형에 제한이 없습니다.

공급물량 적고 조건 까다로워져...꾸준한 모니터링으로 기회 잡아야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공급 물량이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홍보 효과를 노리고 사전접수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분양 열기가 뜨거운 시기엔 사후접수 물량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해는 전국에서 사전접수를 진행한 분양 단지가 단 한 곳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줍줍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물량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이 과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비입주자 비율을 40%에서 300%로 확대했습니다. 무순위 청약은 예비입주자가 계약 체결을 모두 거절했거나 예비입주자의 지위 유효기간(60일)이 지나야만 진행되기 때문에 예비입주자 수를 늘리면 그만큼 기회가 축소됩니다.

여기에 올해 5월에는 사후접수 신청 자격을 '해당 주택건설지역의 성인 무주택자'로 강화했습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입니다. 그간에는 성인이라면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해 '로또 분양'을 노리는 이들이 전국에서 뛰어들곤 했습니다.

정도겸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주택시장 열기가 뜨겁고 청약 당첨도 쉽지 않아 한동안 줍줍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무순위 청약은 공급량이 많지 않고 진행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사전에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운 뒤 꾸준히 청약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