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4분기부터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각국이 조금씩 봉쇄조치를 풀고 이른바 '위드 코로나' 단계로 넘어가면서, '집콕의 필수품'처럼 여겨졌던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다시 내리막에 접어들었다"와 "일시적 현상"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10~12월) D램의 평균 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미국, 유럽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면서 재택근무 등을 위한 IT 기기 수요가 줄고,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넘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생산이 3분기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됐던 서버용 D램 가격도 4분기에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도 D램과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3분기에는 평균가격이 최대 10% 올랐지만, 4분기에는 0~5% 하락할 전망이다. 하반기 스마트폰, 저가용 노트북(크롬북) 같은 IT 기기 출하량이 예상을 밑돈 데다 USB 범용 제품 수요도 부진하다는 게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일부 제품(eMMC) 가격은 두 자릿수 하락률(5~10%)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이런 가격 하락세를 근거로,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업체 주가가 부진한 것도 이런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이후 장기간 내리막을 걷던 국면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보고 있다. D램 가격이 단기적으로 떨어질 순 있어도, 공급업체의 재고가 여전히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품 공급 부족 이슈 해소, 인텔의 서버용 신규 CPU 출시 등이 맞물리는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D램 수급이 개선되고, 2분기부터 고정가격도 상승 반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부품 부족에 따른 IT 기기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IT기기 제조사들의 반도체 재고도 상당 부분 소화되면 D램 가격이 다시 탄력을 받을 거란 얘기다.
다만 낸드 시장은 내년 하반기까지 공급 과잉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176단 낸드 양산에 들어가는 등 생산 효율이 높아져 낸드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