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던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이다.
23일 법조계에서는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가 해야 할 법률자문을 대가로 고문료를 받은 것이라면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법 109조 1항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금품 등을 받고 법률상담과 대리·법률 관계 문서 작성 등 각종 법률 사무를 맡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무료 자문이 아니라 매달 돈을 받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권 전 대법관이 회사 운영과 관련해 전반적인 자문 역할을 했다면 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식 자문 계약을 맺거나, 구체적 분쟁 사건에 참여한 게 아니라 조언 정도를 한 것이라면 이를 법률사무 취급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이날 "권 전 대법관은 회사에 변호사가 아니라 경영 고문으로 있었던 것"이라며 "회사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자 상의한 것이지 법률자문을 위해 영입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권 전 대법관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회사에 민원이 많고 토지 소유주들과의 분쟁도 있다고 했다. 송전탑 문제를 담당하는 로펌에서 제대로 일하는지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로펌에서 보내온 서면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정도"라고 밝혔다. 사내 변호사 역할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권 전 대법관의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권 전 대법관을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편, 화천대유 측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설립한 소형 로펌과도 법률고문 및 경영자문 계약을 맺고 매달 수백만 원의 고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문 계약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자문료는 법인(로펌) 계좌에 입금돼 법인 운용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