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잘못된 드론(무인기) 공습으로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카불 공항 테러 모의자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으나 공격 대상은 일반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의 오폭으로 숨진 어린이만 최대 7명에 달한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카불에서의 드론 공습으로 어린이 최대 7명을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공습은 공항에 있던 우리 군과 대피자들에게 임박한 위협을 막을 것이라는 진심 어린 믿음에서 이뤄졌지만 그것은 참담한 실수였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미군은 당시 카불 공항에 대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의 위협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테러 연루 의심 차량 한 대를 폭격했다. 최소 1명의 IS-K 대원과 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피격된 차량과 사망자들은 IS 무장세력과 연관성이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낸 것이다.
그간 미 언론들은 이번 공습이 민간인 10명을 오폭해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공습 표적이던 차량 운전자가 IS-K가 아니라 미국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의 협력자인 제마리 아흐마디였다고 전했다. 이 공습으로 아흐마디와 그의 자녀들이 숨졌다는 보도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국방부를 대표해 아흐마디를 비롯한 희생자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아흐마디는) 다른 이들처럼 무고한 희생자였다"면서 "이 끔찍한 실수로부터 배우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과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공언에도 미군의 공습 위주 대(對)테러 전략인 '초지평선(over the horizon)'이 유지되는 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초지평선 작전은 고도의 감시망을 통해 아프간이 아닌 외부의 군 기지에서도 무인기를 출동시켜 테러 조직원만을 겨냥한 핀셋 타격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공습이 아프간 철군 이후 지상 정보의 철저한 수집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민간인 희생자 발생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