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與 수정안에 국민의힘 "개악안"... 협의체는 '공전 중'

입력
2021.09.18 04:30
與 언론에 '중과실 입증 책임' 둔 수정안 제시
협의안 도출 못 하면 27일 수정안 표결 가능성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논의하는 여야 8인 협의체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여야는 17일 협의체 8차 회의도 빈손으로 마쳤다. 지금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한 대로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이 표결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①징벌적 손해배상, 與 수정안 제시에 野 '불가'

민주당은 17일 협의체 회의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대신 언론사에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액(기존 손해액의 최대 5배)을 5,000만 원 혹은 손해액의 3배 중 높은 금액으로 조정 △열람차단청구권을 '사생활 핵심영역 침해'에 한정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를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라고 고치는 언론중재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입장 차이가 가장 첨예한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개정안 30조의 2)이다. 민주당은 수정안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내용을 수정했다. 허위·조작보도 정의의 경우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라는 모호한 규정 탓에 '가짜뉴스 낙인'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를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로 수정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반복된 보도나 기사 내용과 다른 제목·삽화를 사용한 경우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하는 조항을 빼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규정된 다른 법률의 사례를 따라 조항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법의 사례에 따라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수정안은 '개악안'이라며 반발했다 수정안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을 언론에 둔다면, 언론이 보호해야 할 취재원의 신상 공개 등 역효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을 5,000만 원 혹은 손해액의 3배 중 높은 금액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언론사에 과도한 부담을 줘 보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독소조항이 오히려 강화됐다"며 "민주당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목표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쟁점②열람차단청구권 ③정정보도 방식도 여야 '평행선'

언론보도의 피해자가 언론사나 포털에 뉴스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열람차단청구권(개정안 17조의 2) 조항을 두고도 평행선을 달린다. 국민의힘은 열람차단청구권이 기업이나 공직자에 의해 악용돼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삭제를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사생활의 핵심영역'으로 대상을 국한하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의 방식도 이견이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이 원래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으로 정정보도를 하고, 포털은 당사자의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가 있으면 해당 기사에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가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정보도의 크기를 강제하는 것은 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청구 내용 자체를 포털 기사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기사의 진위를 의심하게 되는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지만 여야가 협의할 시간은 많지 않다. 본회의가 예정된 27일까지 남은 언론중재법 협의체 회의는 3차례뿐이다. 협의체가 별도의 협의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으로 본회의 표결에 부칠 기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협의안이 안 나온다면 27일 민주당 수정안으로 표결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