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이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고시일 바로 전날 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총리 레이스’에 합류했다. 비교적 개혁적 성향인 노다 대행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과 지지층이 겹쳐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결선투표 없이 승리한다’는 고노 장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고노만은 안 된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겐 호재다.
자민당은 17일 오전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총재 선거 절차를 고시했다. 후보자 등록을 마친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고노 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 노다 대행 등 4명이다. 각 진영은 출정식을 열고 후보자 연설회,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선거전을 치를 예정이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고노 장관은 역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및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과 연대해 당원 투표에서 압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선투표 없이 끝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시바-고이즈미 두 사람은 16일 도쿄의 호텔에서 열린 궐기대회에 함께 나서 고노 장관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다 대행의 출마로 후보가 4명으로 늘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기가 쉽지 않게 됐다. 노다 대행은 전날 출마 이유로 '여성,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표방했다. 보수정당인 자민당 내에선 개혁 성향으로 분류돼 고노 장관의 표를 일정 부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고노 진영의 중진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정세가 엄중해졌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자신과 대립한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고노 장관에게 불만이 큰 아베 전 총리는 계획에 순풍을 받은 셈이 됐다. 아베 전 총리는 현재 다카이치 전 장관을 지원하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고노 장관과 기시다 전 정조회장 누구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1, 2위를 할 경우 결선투표에서 기시다 측에 국회의원 표를 몰아주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킹 메이커’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고노 장관의 표가 분산되면 이 전략이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에 따르면 1차투표 때 한 후보가 당원표 60%(230표)를 차지해 압승할 경우에도 국회의원 표를 154표(40%)까지 얻어야 결선투표에 가지 않고 승리한다. 기시다파의 수장인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달리 소속 파벌(아소파)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않는 고노 장관에겐 이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파벌이 결속할 것으로 보이는 결선투표에서 절반 가까운 표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요미우리신문의 판세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국회의원 중 각각 20%가량이 기시다와 고노를 지지하고, 다카이치는 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다를 지지하는 의원은 10명이었다. 1차 투표에서 고노 장관이 1위를 해도 결선에서 다카이치 지지자가 기시다 측에 투표하면 기시다의 역전승이 기대된다. 다만 40% 정도가 아직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았다고 답해, 이들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