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 고위층이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WB가 김용 전 WB 총재실 참모들과 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당시 WB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WB는 2018년도와 2020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의 데이터 부정합성에 관해 법무법인 윌머헤일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WB는 2017년 10월 발표된 2018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가 78위가 아닌 85위여야 했다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보고서는 최고위층의 ‘과도한 압력’을 언급하며 당시 기업환경평가 보고서는 WB 지도부가 가한 두 가지 유형의 압력에 따른 산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평가와 관련한 방식을 변경하도록 하는 직간접 압력이 김용 당시 총재실의 참모들로부터 있었고, 김 전 총재의 지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압력은 참모들의 이메일, 브리핑 요청, 보고서 인쇄 연기 지시, 평가 방법과 관련한 토론 등 형태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총재가 중국 자료를 부당하게 수정하라고 직접 지시한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며 김 전 총재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재는 참모들이 중국의 순위를 올리라는 지시로 잘못 해석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면서 김 전 총재가 중국 측 우려와 관련해 중국 측에 보고서 방법론의 업데이트가 필요할지 모른다먀 동시에 중국의 경제개혁을 함께 장려했는데, 이는 불만을 표시하는 모든 나라에 했던 똑같은 반응이었다는 김 전 총재의 설명을 담았다
게오르기에바 당시 CEO와 한 핵심 보좌관이 중국의 점수를 세부적으로 수정하고 순위를 올리라고 했다며 이를 또 다른 갈래의 압력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AFP통신은 게오르기에바 CEO가 중국과 관계를 잘못 다룬 것에 대해 WB의 고위 인사를 꾸짖었다는 내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입력 데이터 일부를 바꿨고, 중국의 순위는 전년과 같은 78위가 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WB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위해 중국의 지원을 추진하던 시점이었으며 중국은 전년인 2017년도 보고서에서 순위가 78위로 나오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오르기에바 CEO는 사본을 찾아오기 위해 이 보고서 책임자의 집을 방문했고, 문제 해결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오르기에바 현 IMF 총재는 성명을 내고 “조사에서 발견한 내용과 해석에 대해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그녀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IMF 집행 이사들과 회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이 보고서가 공개된 뒤 “이는 심각한 조사 결과”라며 “보고서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주된 책임은 금제금융기구의 진실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