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월부터 꾸준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같은 제목의 시리즈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평소 대중이 접하기 쉽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결정 과정과 국정 운영의 뒷얘기를 보다 쉽게 전하려는 취지인데요.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는 말 그대로 청와대의 브리핑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온라인 소식지입니다. 평소 브리핑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현장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짧게 전달해야 해 논의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죠.
박 수석의 연재물은 이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만큼 브리핑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하면 국민이 보다 국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박 수석은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①공식 브리핑에 들어갈 수 없는 내용 ②덜 중요한 내용일지라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③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수석이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취지는 7월 1일 첫 번째로 올린 '대통령의 결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운동' 편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2년 전 소부장 독립 정책을 펴게 된 배경을 자세히 담았는데요.
박 수석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 규제 보복 조치를 벌였을 때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는 정면 대응을 피하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은 건 문 대통령이었죠. 메시지 초안을 받은 문 대통령은 오랜 시간 침묵했다고 하는데요. 대통령의 화법을 생각하면 '대단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어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기술 독립의 길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소부장 독립은 반일과는 다른 우리 산업과 경제 국익이다. 대통령도 자신의 결단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왜 마음에 걸리지 않았겠느냐"며 "다만 문 대통령은 국민이 함께 이겨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두려움을 이겨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심경을 대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아직 가야 할 길과 극복할 과제는 남았지만 소부장 독립운동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소부장 100대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31.4%에서 24.9%로 낮아졌고,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중견·중소기업의 수도 13개에서 31개로 늘었다"는 성적표를 보여줬죠.
소부장 독립운동은 문 대통령이 지금도 각별히 신경 쓰는 국정 과제라고 합니다. 박 수석이 이 글을 올리기 전 문 대통령이 세 번이나 읽어보며 단어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했다고 합니다. 박 수석은 "2020 도쿄올림픽으로 일본과 민감한 시기라 (표현 하나에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 돼 대통령께 먼저 읽어보시게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죠.
박 수석이 올리는 대통령 이야기는 문 대통령도 크게 관심을 갖는 국정 중 하나라고 합니다. 대통령 본인의 국정 철학을 알리는 창구이기에 표현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일화는 박 수석이 7월 2일에 올린 두 번째 글 '2017년 어느 날의 수보회의'에서 드러납니다. 이 수보회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추진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박 수석은 애초 '이 공약의 핵심 요지는 중소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했는데 국내 은행 문턱이 높아 초기 자본 융통이 원활하지 않아 건조를 포기한다'고 적었는데요. 그러나 초기 자본 융통이란 표현은 문 대통령이 검토한 뒤 '선박 건조 체결 시 필수적인 환급보증서 발급이 되지 않아'로 수정됩니다. 문 대통령은 중소 조선사의 애로 사항이자 해양금융공사 설립 목적인 '환급보증서 발급'이란 정확한 용어를 담아야 한다고 본 것이죠.
박 수석은 "해운업 문제는 경남 거제(조선소 밀집 지역) 출신인 문 대통령이 잘 아는 부분"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수석은 두 달 뒤 문 대통령의 확신이 조선업의 업황 개선을 이끌었다는 글을 올립니다. 그는 12일 '대한민국 조선업, K-조선으로 부활한 동력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글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금융당국의) 반대를 설득한 문 대통령의 정책적 결단 덕분"이라고 밝힙니다.
그는 '과잉 공급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 같은 정책적 결단이 해운업과 조선업을 동시에 살리는 윈윈전략이 됐다고 자부한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정 성과를 국민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해 온 문 대통령 스타일상 찾아보기 힘든 연설이었다"며 "그만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조선 산업을 살려내려는 정부의 혼신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수석에 따르면 정부 정책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5~7월 세계 수주 1위를 달성했고, 올 1~7월 수주량은 13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7개월 동안 고부가가치 선박은 세계 발주량의 63%,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66%, 대형 LNG 운반선 97%를 수주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이 주의 깊게 살피는 정책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개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열다섯 편 중 백신 관련 이야기가 세 편이나 되는데요.
박 수석은 앞서 4일 문 대통령이 대조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편지 외교를 펼쳤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대조백신은 국내 바이오업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필요합니다.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외 백신 제조사가 곤란하다는 뜻을 표해 대조백신 확보에 애를 먹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조백신 확보가 지연되자 7월 중순 아스트라제네카(AZ)에 서신을 보냅니다.
박 수석은 "대조백신을 확보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다하려는 우리나라의 진정성을 설명하며 초국가적 협력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문 대통령의 편지 덕분이었을까요. 결국 7월 21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대조백신 공급에 합의합니다.
박 수석은 또 문 대통령의 설득 덕분에 백신 구매 예산을 1조5,000억 원에서 2조5,000억 원으로 증액할 수 있었고, 원활한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을 위한 '10부제'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전했습니다.
박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도 힘썼는데요.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2022년까지 전 국민 의료비 부담을 평균 18%로 낮추고,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보장률을 7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박 수석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케어를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일부 비판을 두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오래된 과제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추진 의지"라며 "정부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강한 추진 의지가 문재인 케어를 가능하게 한 핵심"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전문가 자문과 정부 협의체, 이해단체와의 협의 등 보통의 과정을 거쳤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했죠.
박 수석이 이처럼 연재물을 올리는 이유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은 없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박 수석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정책은 관심을 덜 받게 되는데, 청와대 내부에선 다양한 에피소드를 알린 덕분에 국정 성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며 "청와대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수석은 다만 일부에서 '문비어천가(문 대통령+용비어천가)'라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데 대해 "정책 결정 과정을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기록해 전달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빠트리지 않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신다고 할 정도로 임기 말까지 국정 성과를 내려는 정부의 의지로 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