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비당원 모두 공천과정 부정적 평가 우세

입력
2021.09.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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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가장 기초적인 정치 집단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국민을 대표할 후보자를 발굴하는 역할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명지대학교 미래정책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올해 4월 진행한 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8059)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한국 정당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71%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겨서”라고 응답했다.

정당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은 국민의 이익을 집약해야 하는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들이 대변해야 할 국민이 "정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평가함에도 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다행히도 한국 국민은 정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위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시대가 변화해도 정당을 대체한 다른 정치집단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국민이 정당이라는 조직의 정치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 이제 정당은 불만족과 불신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정당의 개혁에 대한 요구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그리고 정당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당원의 입당과 탈당, 정책 반영, 당내 투표 등에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국민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인 만큼 당 지도부 구성이나 당내 의사결정 과정 개편 등에서 개혁의 움직임을 보인다.

국민은 정당의 이러한 노력과 개혁을 알고 있을까. 만약 국민이 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정당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표면적이고 일방적인 보여주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를 살펴보고자 명지대 미래정책센터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8월 13~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당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지지하는 정당 홈페이지 국민의 단 18%만 접속

한국 정당의 변화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기에 앞서, 국민이 실제로 정치적 활동, 정치 참여를 위해 정당이라는 집단을 찾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정치적 참여에 제약이 생김에 따라 그보다 접근이 용이한 온라인을 통해 정당을 찾는지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접속했다고 응답한 온라인 사이트는 ‘청와대 국민청원’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3%였으며, 행정부 소속의 거주지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가 41%로 뒤를 이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21%가, 지지하는 정당의 홈페이지에는 단 18%만(현재 지지정당이 있는 응답자만으로 한정해도 24%)이 지난 1년간 접속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역 지자체 홈페이지의 경우 접속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6%가 정보를 획득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접속했다고 응답하였기에 정보 습득의 측면에서 국회나 정당보다 더 많이 접속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와 국회 국민동원청원은 게시글을 공유하고 작성하기 위한 목적이 정보를 획득하고 확인하는 목적보다 2배가량 됐다.

더욱이 국회보다 국민과 더 가깝게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고 대변해야 할 정당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임에도 해당 정당의 홈페이지를 접속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18%에 불과하다. 접속의 이유도 소통과 참여를 위해 접속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획득하고 확인하기 위해 접속했다는 응답이 52%로 나타나 실제 한국 정치에서 정당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정당은 단지 공천을 통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조직인가. 개혁을 통한 변화가 정당에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 대다수는 정당이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

그렇다면 한국의 정당은 변화하고 있는가. 한국의 정당은 외부적으로 당의 이름, 로고, 색 등을 바꾸며 개혁과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변화는 실제적 변화라 볼 수 없으며, 정당의 변화는 내부적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정당의 내부적 변화는 단연 당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지, 발전하고 있는지다. 정당에는 조직과 지도부, 그리고 당원이 존재한다. 특히 당원은 정당을 지지하고 구성해가는 일반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정당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당은 내부적으로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이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활용하며, 조직적으로는 중앙조직과 지방조직 간의 수평적 구조를 마련하여 상향식(Bottom-up)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한국 정당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발전하고 있는지 질문하였다. 그 결과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만 4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 외에 ‘당의 정강 및 정책’, ‘공직선거 후보자 결정’에 있어서 당원의 의견 반영과 당내 중앙-지방조직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각각 22%, 29%, 16%에 불과했다. 특히 공직선거 후보자 결정과 관련하여 최근 한국의 정당들이 공천과정에 있어서 국민참여 경선, 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52%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 정당이 개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실제로 국민에게는 그러한 변화가 개혁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에 있어 지지하는 정당이 존재하는 당원과 비당원 국민 간의 차이가 존재할까. 각 항목을 정당에 가입한 당원과 비당원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비당원 국민보다 당원인 국민이 정당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당의 정강 및 정책에 있어서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문항에서 당원의 긍정적 응답이 비당원 국민보다 18%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항목별로 보았을 때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제외한 모든 응답에서 당원, 비당원 국민 모두에게 부정적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더욱이 당내의 정강 및 정책, 공직선거 후보자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당원들에게서 대다수의 항목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정당이 실제로 개혁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 정당, 진정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내년 3월 9일 다가올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활동 모든 것에 있어 언론은 차기 대선과 결부시킨다. 삼권분립을 기초원리로 하는 대통령제하에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 보는 국민청원에 더욱 관심 갖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입법부의 역할이 약화하는 상황에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의견을 집약하여 정치적으로 반영할 대리자를 내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대의제 조직인 정당이 국민이 아니라 선거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과연 앞으로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국민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이 많아지고, 정치적 권력도 행정부 중심화돼 가고 있다. 시대도, 정치도 변화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당은 이제 진정으로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 선거는 정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대선은 각 정당을 중심으로 한 명의 주요 후보가 나오는 만큼 정당이 국민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정당은 대통령 후보자를 내세우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하여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개혁·변화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집단은 정당뿐임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김진주 명지대 미래정책센터 연구교수

박정석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