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표된 카카오의 상생방안에 대한 관련업계 반응이 따갑다. 정치권과 여론의 공세에 떠밀려 나온 면피성 궁여지책이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 택시나 대리운전 업계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보여주기식 면피용 방안이다"라며 카카오의 상생방안을 평가절하했다. 또한 미용실이나 골프장 예약 등 카카오가 진출한 수많은 골목상권 시장에서도 '제2의 카카오모빌리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방위적인 압박이 예상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포함해 당초 구상했던 카카오 계열사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민주택시노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노조)은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은 단순히 여론 무마용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카카오는 전날 상생안을 통해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스마트호출 기능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호출은 카카오T 앱에서 돈을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000∼2,000원인 스마트호출 요금을 5,000원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소비자 반발에 막히면서 철회했다. 또 카카오는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프로멤버십은 택시기사에게 각종 배차 혜택을 주는 서비스로, 택시업계에서는 사실상 '우선배차권'으로 인식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프로멤버십을 폐지하지 않고 단지 가격 인하에 그친 것은 여전히 돈 받고 줄 세우기식 불공정배차가 계속될 것을 의미한다"며 "법인택시노동자들 또한 콜받기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멤버십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대리운전 업계의 반응 또한 싸늘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를 고정 20%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 변동제로 바꿔 업계와 상생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은 "카카오가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은 결국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을 말살시키려는 계획"이라며 "이런 출혈 경쟁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후 대리기사와 소비자들을 플랫폼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다. 공정위는 최근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의장은 검찰에 고발당할 수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카카오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카카오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1.21% 빠진 12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자회사 상장 계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불리한 규제 환경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규제로 인한 실적과 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