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임 감사원장에 최재해(61)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내정했다. 감사원 내부 출신이 감사원장에 지명된 건 1963년 개원 이래 처음이다. 전임 최재형 원장이 대선도전을 위해 직을 던진 만큼 ‘정치적 중립과 조직 안정’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 후보자는 풍부한 감사행정 경험과 전문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합리적 리더십, 뛰어난 조직관리 능력을 두루 갖춰 대내외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내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엄정하고 공정한 감사운영을 통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행시 28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1989년부터 줄곧 감사원에 몸담았다. 감사원 사회ㆍ문화감사국장, 기획관리실장, 제1사무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차관급인 감사위원에 임명됐고, 2018년 1월 퇴직 후 LS전선 비상임 감사로 재직해왔다. 그는 2013년 감사원 제1사무차장으로 일할 당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중단을 선언하고도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최 후보자 내정은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6월 28일 전격 사퇴한 지 78일 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차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전 감사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인사가 오래 걸린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중요해 검증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존립 이유를 강조하면서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를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