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극약 처방... 소비자 신뢰 되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9.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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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업 규제 압박에 김 의장 개인에 대한 조사까지
카카오 등 빅테크 규제 찬성한다는 국민 51%
이번 상생방안 두고 '실망스럽다'는 여론도
"보다 근본적 사업모델 변화 있어야"

천하의 카카오도 결국 꼬리를 내려야만 했다. 야심 차게 선보였던 일부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쏟아진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견딜 수 없었던 탓이다. 14일 극약 처방으로 꺼내든 '일부 사업 철수' 카드는 카카오의 절박한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 2006년 설립 이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벤처 신화를 써내려온 카카오가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무엇보다 '혁신의 아이콘'이 아닌 '수수료만 밝히는 탐욕의 기업'으로 변해버린 현실은 카카오엔 치명적이다. 최고의 가치로 평가됐던 카카오의 잠재성장성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밖에 없어서다. 그동안 고수해온 성장 모델을 청산하고, 수익 모델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당국·정치권 전방위 압박... 자회사 IPO 빨간불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규제기관에서부터 나온다. 카카오는 현재 금융위원회를 포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 7일 금융위는 25일부터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에게 금융 상품을 비교·추천하면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매출 3분의 1을 가져갔던 카카오페이의 내상은 클 수밖에 없다. 10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페이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한 카카오모빌리티 상황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줬는지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수익원인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 철수까지 나올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향한 압박 또한 더해지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개인회사이자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조사 중이다. 고의적으로 자료를 누락하는 등 중대 혐의가 밝혀질 경우 김 의장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임위에서는 김 의장을 직접 불러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겠다고 벼르고 있다.

규제 당국과 국회의 압박이 거세자, 카카오의 주가도 폭락세다. 금융 당국의 핀테크 사업 규제가 발표된 7일 15만4,000원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이날 12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5거래일 만에 카카오의 주가는 무려 20%나 빠졌다.


'카카오 당하다'는 신조어까지... 부정적 여론 커져

더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발표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카카오의 연결회사는 158개(지난 6월 기준, 해외법인 포함)로 사실상 카카오가 하지 않는 사업이 없을 정도다. 이미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택시호출 사업처럼 카카오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서비스들의 요금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특정 사업 영역에 아마존이 진출하면서 해당 영역의 기존 사업자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을 전한 '아마존 당하다(Amazonized)'에 빗대면서 '카카오 당하다'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 강화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 찬성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라 생각한다'는 응답 비율은 35.3%였다.


"미흡한 상생 방안, 보다 근본적 변화 필요하다" 지적도

일단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상생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가 된 골목상권과 연관된 업종에 대해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소상공인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카카오의 의지가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카카오에 가해질 규제 강도 또한 낮아질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장중 5%대까지 하락했다가, 상생안이 나온 이후 약보합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관련 업계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날 카카오의 상생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된 사업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대안이다"이라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철수한다는 꽃, 음식 배달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어서 못 이기는 척 접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리기사에 대한 수수료 인하 역시 기사들이 오히려 카카오로 몰려 중소 대리업체들을 죽이고 시장을 카카오가 장악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에도 이젠 근본적인 사업모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사의 유료 문자메시지를 데이터 기반 카카오톡 무료 메시지로 전환했던 초기의 혁신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비판받는 이유는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면서 기존 사업자의 점유율을 사실상 가져가기 때문"이라며 "이런 수익 구조를 계속 이어나갈 경우 카카오는 앞으로 진출할 모든 사업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