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정부 압박... 공정위,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조준'

입력
2021.09.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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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지주사 케이큐브홀딩스 자료 누락 조사 
고의성 판단 시 형사고발 가능 
정치권·금융위에 이어 공정위까지 플랫폼 규제 가세


온라인 플랫폼 감시 강화 방침을 밝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이자 동일인(총수)인 김범수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콜 차별 조사를 진행 중인 공정위가 이번엔 아예 카카오 총수를 직접 '정조준'한 것이다.

13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카카오와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가 누락됐거나, 허위 보고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직권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에 관한 자료를 고의로 누락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해마다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조성욱 공정위원장 등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상정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실수로 인한 단순 누락이라면 경고 조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검찰 고발 처분이 나올 수 있다.

카카오가 계열사 공시 누락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건 두 번째다. 지난 2016년 공정위는 다음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5개 계열사를 누락한 점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번 조사의 핵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1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김 의장이 주식을 전부 갖고 있다. 카카오 최대 주주인 김 의장(13.30%)에 이은 2대 주주(10.59%)로,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사실상 카카오 지분 23.89%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엔 김 의장의 부인 형미선씨가 비상임이사로 있고, 두 자녀 모두 이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158개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 총수를 겨냥한 공정위의 이번 조사를 두고 일각에선 독과점 시장을 구축한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현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공정경제 달성을 화두로 내건 조 위원장은 최근 네이버·카카오를 겨냥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감시 강화 방침을 밝혔다.

금융혁신 차원에서 정보기술(IT)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금융위원회마저 네이버·카카오의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불법 금융 중개로 보고 시정을 요구한데 이어, 정치권 역시 플랫폼 규제 법안 9개를 정기국회 때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어 빅테크 기업을 향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정부(공정위) 조사를 잘 받겠다"며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방안은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빅테크 규제 분위기가 국내 IT 기업의 혁신역량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플랫폼 사업에 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