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했다가 강제 전역당한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복직 소송을 응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금을 통해 지하철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 등 32개 단체가 참여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 승소를 기원하는 광고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 싣기 위해 서울교통공사에 광고 심의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공사에 광고 재심의를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과 평등권 보장을 위한 진정을 내고 긴급구제도 신청했다. 서울시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에도 공사의 불투명한 광고 심의 진행에 대한 시정 권고를 요청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지하철 광고비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 300여 명으로부터 900여만원을 모았고, 그달 9일 공사에 의견광고 심의를 신청했다. 공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의견광고는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의 중요 사안 또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 광고'를 말한다. 공사는 이달 2일 광고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에 불승인 결정을 내리고 8일 대책위에 통보했다.
대책위는 공사 외부위원 8명이 심의에 참석해 5명이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공사 측에서 불승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사가 사회적 논란이나 민원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광고를 불승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의견광고 신청을 심의할 때 △특정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각, 차별, 인권 경시 여부 △사회적 논란 및 민원 발생 가능성 등을 점검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6월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게시하려 하자 '민원 발생'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사가 앞장서 차별적 관점에서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행태는 위선적이며 용인할 수 없는 소수자 혐오"라면서 "우리 사회가 변희수 하사에게 가했던 참혹한 차별과 혐오의 결과를 똑똑히 기억하고 불승인 결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공사는 이날 불승인 사유에 대해 "의견광고 승인 여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에서 판단하는 사안으로, 공사의 입장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다만 불승인 사유는 외부 위원들의 소신 있는 의사 결정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