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최근 발표한 과도정부 내각이 6개월 만 지속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여성 없는 내각’에 반발하는 여성들의 반(反)탈레반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탈레반이 향후 '포용적 정부'를 구성할 것이란 기대는 크게 낮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아프간 하아마통신은 탈레반 전 간부 등을 인용해 “과도정부 내각은 6개월 만 지속될 것이며, 공식 내각은 아프간 국민의 투표와 의지를 기초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특히 공식 내각에는 여성과 비(非)탈레반, 전문가 등 모든 계층이 포함된 포용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탈레반이 발표한 과도정부 내각 명단은 총 33명으로 모두 탈레반 고위급 남성들로만 이뤄졌다. 핵심 요직에는 유엔 제재 대상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1급 수배자 등 강경파들이 대거 기용됐다. 여성과 비탈레반 인사는 모두 제외됐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아프간 인권 탄압에 앞장섰던 ‘미덕 촉진ㆍ악덕 방지부’는 부활시킨 반면 아프간 정부 산하의 ‘여성부’는 해체했다.
이 같은 탈레반의 과도정부 내각 구성에 안팎에선 ‘탈레반이 20년 전 집권 때로 돌아갔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약속했던 ‘포용적 정부 구성’과 ‘인권 존중’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아프간 전 정부의 관리는 “과도정부 내각은 탈레반이 이전 지도자들보다 더 정치와 권력에 있어서 독점적이고 극단적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 카불 등에서는 ‘여성 없는 내각’에 반발하는 수백 명의 여성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어떤 정부도 여성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여성이 없는 내각은 패배자’ 등의 팻말을 들고 카불 도심을 행진했다. 탈레반은 행진시위를 하는 여성들에게 총을 겨누고 채찍을 휘두르는 등 무력으로 진압했다.
전 아프간 하원의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파지아 코피는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반대로 행동했다”라며 “그들은 기회를 잃었고, 아프간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 내각 구성을 끝낸 탈레반은 이르면 11일 정식 출범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