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의 엔터시크릿] "누나가 김태희면 좋지 않겠어요?"

입력
2021.09.09 11:47
'영화의 거리' 개봉 앞둔 배우 이완 
솔직한 매력·가족애 빛난 인터뷰

배우 이완은 지난 2004년 SBS '천국의 계단'으로 데뷔했다. 어느덧 데뷔 18년차에 접어든 그는 30대 후반이 됐고, 결혼도 했다. 9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완은 어딘가 달라진 모습이었다. 조용하면서도 유쾌했던 특유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확실히 더 평온하고 차분해져 있었다.

대중은 오랜 시간 그를 '김태희 동생'이라 불렀다. 이제는 '프로골퍼 이보미 남편'이라고도 부른다. 누나와 매형(비)과 아내가 모두 유명인이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조금 억울(?)할 법도 한데, 이완은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많은 기자분들이 '누나가 부각되는데 김태희 동생이 싫지 않냐'라고 물어봐요. 그런데 전 굉장히 긍정적인 스타일이에요. 어떤 일을 하건 좋은 쪽을 생각하는 편인데, 누나가 김태희인 건 사실이고 좋은 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되려 제가 질문하죠. '기자님 누나가 김태희면 좋지 않으시겠어요?'"

그의 질문을 듣고 보니 "좋을 거 같다"는 답이 절로 나온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누나를 누가 마다하겠나. 이완은 예전부터 그러한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을 오래전 그에게 던졌을 때도 똑같이 이야기했다.

물론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겠지만 그에게선 가족애가 더 진하게 묻어난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숨기지 않는다. 가족 관련 질문을 극도로 기피하는 일부 배우들과는 극명히 다른 모습이다. 덕분에 질문하는 취재진도 신이 난다.

"사실 '영화의 거리' 찍을 때 연애 중이었어요. 아내가 제 생활 패턴을 보더니 연기하는 거 너무 힘든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잖아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저 같은 경우 밤낮이 없고 새벽 다섯시에도 나가고 하니까 너무 힘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완도 결혼 후엔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내에 맞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단다. 물론 1년 365일 그런 건 아니다. 아직 이보미가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부부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장단점이 있지만 여전히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요. 애틋하고 보고싶고. 아내가 오면 너무 좋고요. 현역이라 3~4개월을 떨어져 있을 때도 있거든요."

유명인이 잔뜩 있는 이 집안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완은 아버지를 꼽았다. 과거 축구를 했던 이완이 공을 차던 시간 만큼 아버지가 골프를 치셨단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축구였지만 이제는 몸이 안 따라준다고 토로한 이완 역시 요즘 골프 삼매경이다.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와이프가 프로인데 당연히 잘 치지 않겠어?' 하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도 있다.

"노력은 하는데... 골프를 열심히 치면서 아내에게 공감해주는 부분도 생긴 거 같아요. 굉장히 힘든 운동인 걸 할 때마다 느끼거든요. 아내에게 더 잘하게 되고 이해해주려 하게 되죠."

이완 이보미 부부는 김태희 비 부부와 명절 때나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함께 라운딩을 나가고 있다. 작품 이야기는 매형보다는 누나와 주로 한다. 서로 지적하고 조언을 하기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좋은 점들을 이야기해주며 긍정의 에너지를 나눈다.

이완의 매형 비는 요즘 유튜브에서도 활약 중이다. 이완은 "'시즌비시즌'이 알고리즘에 떠서 봤는데 재밌더라. 출연 제의는 아직은 없다"며 크게 웃기도 했다. 구독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이완은 SNS와는 거리가 먼 성격이다. 이메일도 잘 안 쓰는 그인 터라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은 없다.

오는 16일 '영화의 거리'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이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날 생각에 얼굴엔 설렘이 묻어났다. '삶의 목표나 꿈'을 묻자 그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는 게 꿈이에요.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잖아요. 감기만 걸려도 예민해지고 정신이 나약해지죠. 항상 건강하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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