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전통적 요소를 어떻게 적용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지, 제가 즐기고 있는 것을 다른 분들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알리고 싶어요."
지난 7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선발한 직장인 한복 홍보대사 10인 중 1명으로 선발된 한화정(29)씨는 홍보대사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의류 쇼핑몰 운영 경험이 있는 한씨는 현재 전통예술플랫폼 회사인 '모던한'에서 전시·공연·체험 콘텐츠를 기획, 연출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한씨는 전통과 관련된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획일화된 디자인에 질려 있던 차에 한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가 한복 30벌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한복을 입고 궁에 놀러 가는 영상을 베트남어로 송출하는 등 한국적 요소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을 해 오다 보니, 전통 문화를 공부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어요. 특히 옷을 좋아해 한복에 빠져들게 됐어요.”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만난 한씨는 한복 홍보대사답게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전통 관련 행사가 있을 때에는 매일 입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입는 것 같다"고 했다. 한씨를 만난 지난달 말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증강현실(AR) 사극한복전'이 진행 중이었다. 한국 사극 드라마에 등장한 한복 실물과 더불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복이 나오는 영상을 AR로 감상할 수 있게 한씨의 회사가 기획한 전시였다.
한복을 입으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 한씨는 “별 의미 없이 프린팅이 된 옷을 입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근본이 있는 사람이 된 느낌, 역사적으로 소중히 지켜져 온 한복처럼 나 또한 소중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한씨가 입는 한복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저고리와 치마 형태의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멀다. 패턴이나 디자인적 요소를 전통에서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무관 복장인 철릭을 여성형으로 변형시킨 원피스, 쾌자를 변형한 형태의 옷 등이다.
"'이게 한복이야?'라고 하실 수 있지만, 한복이 실생활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소재가 됐으면 해요. 한복을 입을 때 불편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들면 몇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겠어요? 한복이 젊은 세대에게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상기될 수 있는 의복이 되었으면 해요."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한복은 유명 아이돌 그룹의 무대의상 등으로 쓰이며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씨는 "전통 계승자와 내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나 같은 사람을 통해 전통적인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연말까지 직장인 한복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한복 입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한복에 관심이 있지만 첫 시작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먼저 활용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것만 해도 '한복적 연출'이 가능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