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가 조성해 민간에 위탁운영 중인 추모공원(숭조당) 절개지 경사면이 붕괴위기에 처했지만 구미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5년 전에도 폭우로 옹벽이 무너진 적이 있어 시설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숭조당은 구미시가 구미시 옥성면에 조성한 다음 재단법인 선산공원묘원에 위탁해 운영 중인 추모공원이다. 2000년 준공한 1관 1만170기, 2019년 7월 개관한 2관은 3만기를 안치할 수 있다. 숭조당과 인접해 공원묘원도 따로 있다.
산자락을 깎아 조성한 곳이다 보니 폭우 등으로 붕괴위험이 상존하는 곳이지만, 구미시는 제때 보수보강을 하지 않고 방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2관 옆 경사면은 콘크리트 옹벽 위 절개지 맨 흙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임시 방편으로 방수천을 덮어놓았지만 곳곳에 토사와 바위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방수천도 햇빛에 바래 너덜너덜했다.
2관 준공 2년이 지났지만 도로 포장도 안 된 곳도 있었다. 비만 내리면 토사가 흘러내려 진입로가 난장판이 된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납골당은 찾은 김모(50)씨는 "자칫 큰 비라도 내리면 토사가 숭조당을 덮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묘원으로 들어오는 진출입로도 문제다. 숭조당과 선산공원묘원에는 실내외에 모두 약 2만1,000여기 가량이 안치(안장)돼 있지만 주차장은 150면 정도에 불과하다. 진출입로도 왕복 1.5차로 정도로, 불법주차라도 하면 교행이 어렵게 된다. 추석이나 설명절은 물론 주말에도 극심한 교통난이 빚어진다.
화장실도 한 곳 밖에 없어 참배객들의 이용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구미시 선산읍에 사는 김모(52)씨는 "숭조당에 들어서면 방수천으로 덮어놓은 꼭대기가 흉물스러워 보일 정도"라며 "명절이 되면 참배객들이 많이 찾아올텐데 그 사이 태풍이나 폭우가 찾아오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산공원묘원 관계자는 "근본적인 보수 공사와 시설보강이 절실하지만 시에서 해주지 않아 급한대로 방수천을 덮고, 주말이나 명절에는 전직원을 총동원해 교통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적인 시설 개보수는 구미시에서 해줘야하는데, 제때 이뤄지지 않아 운영상 어려움이 다소 있다"고 덧붙였다.
옹벽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7월 숭조당 제1관에서는 기습 폭우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건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토사가 숭조당 제1관 1층 사무실을 비롯해 안치실을 덮치면서 대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붕괴사고에도 불구하고 같은 붕괴위험이 있는 절개지 보수공사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몇 년째 미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사면 붕괴위험과 주차장 등 각종 이용 불편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