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새로운 구도의 바람이 분다.
최근 '돌싱포맨' '언니가 쏜다' '고생 끝에 밥이 온다' 등 새롭게 론칭된 예능프로그램들이 4인 체제를 내세웠다. 과거 1명의 진행 MC 중심을 내세웠던 예능계는 출연진의 조화를 중심으로 각기 역할을 다르게 두는 4인 체제를 선호하게 됐다.
과거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런닝맨', 지금의 '식스센스' 등 유재석을 중심으로 세운 구도가 안정감을 자아냈다. 이를 오마주 하듯 자연스럽게 MC 중심에 고정 멤버들을 나란히 세운 모습이 전파를 탔고 지금의 고정적인 그림이 됐다.
기존 예능프로그램들이 진행을 맡은 1인과 그 옆에 나란히 선 고정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최근에는 특정 인물 홀로 진행을 맡지 않고 대체적으로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첫 방송된 '돌싱포맨'은 결핍되고, 어딘가 삐딱한, 그리고 행복에 목마른 평균 연령 50.5세의 4인 남성의 토크쇼를 담았다.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김준호가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를 초대하며 진부한 토크쇼 포맷을 벗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IHQ 예능프로그램 '언니가 쏜다'에는 연예계 애주가 손담비 소이현 안영미 곽정은이 모였다. 연예계 대표 주당인 4MC가 소문난 안주 맛집에 찾아가 먹방과 함께 취중진담 토크쇼를 펼치는 안주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다. 먹고 맛을 평가하는 기존 먹방 프로그램과 달리, 4명의 출연진이 다양한 인생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다.
NQQ와 디스커버리의 새 예능프로그램 '고생 끝에 밥이 온다'(이하 '고끝밥')는 '고생과 먹방'이라는 신선한 콜라보로, 82년생 동갑내기 코미디언 문세윤 조세호 황제성 강재준의 모습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이준석 PD는 문세윤 조세호 황제성 강재준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각자 프로그램들에서 간판을 하고 있는 분들이다. 섭외하며 모아봐도 되겠다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출연진 구도 변화는 '캐릭터에 집중한 예능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예능가에서는 공공연한 룰로 자신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를 가져야 했다. 예능 캐릭터는 독보적인 무기다. 토크쇼부터 관찰 예능까지, 캐릭터 하나로 콘셉트를 구축한 이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부캐릭터'의 유행도 한몫했다.
또 앞서의 프로그램들 모두 출연진끼리의 익숙함을 무기로 삼는다. 서로에 대한 익숙함을 장점으로 승화해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꾀한다. 개인의 매력을 조명하기 보다 팀플레이에 주력, 이들의 조합을 프로그램의 고유 매력으로 완성시킨다. 4인 체제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예능인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히 잡으면서 출연진 간 케미스트리까지 자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안정적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각기 다른 출연진 캐릭터를 토대로 다채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진지와 유쾌함 사이에 있는 탁재훈부터 몸개그를 담당하는 문세윤 등, 이미 잡혀 있는 캐릭터의 연장선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