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전문가가 되고 나서 나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 어떤 공간이든 공간을 꽉 채우기보다는 항상 여유 공간을 남겨두는 습관, 그리고 물건을 소유하는 데 있어 항상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원피스를 즐겨 입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한 벌씩 계산해서 기준을 정한다. 각 계절별 5벌씩 몇 벌을 소유할 것인지 정하고 그 이상으로 물건을 늘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자신에게 혹독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물건이 늘어나며 받게 되는 정리에 대한 스트레스와 낭비되는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소비습관은 오히려 행복감을 가져다주었다.
정리전문가라고 이런 습관이 금세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조차도 소비습관을 만들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니 비전문가들이 기존의 정리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물건의 양을 늘리지 않고자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직업 특성상 집착하는 한 가지 물건이 있다. 집착이라고 하기엔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집착이라고 느껴지는데 바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이다.
값비싼 물건도 아닌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좋아하다니! 정리수납전문가로 10여 년 정도 활동을 하며 3,000건 이상의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니, 그 집 물건만 봐도 작업 당일 사용할 쓰레기봉투의 양을 거의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작업당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는 양은 대략 75ℓ 봉투 20~30장 정도 사용되고, 50ℓ의 재활용봉투가 30~50장 정도 사용된다. 이쯤 되면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사를 하거나 컨설팅을 예약한 고객들은 약속이라도 하신 듯 “이번엔 많이 버릴 거예요”, “오시기 전에 많이 버렸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약속을 지킨 고객은 한 분도 없었다. 집집마다 버려지는 물건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 종량제봉투가 부족할 때는 작업이 지연된다. 빠른 작업을 위해 나도 모르게 종량제봉투를 항상 넉넉하게 준비하는데, 이런 습관 때문인지 종량제봉투는 나의 애착 물건이 되어버렸다. 물론 여러분이 상상하는 정도로 많은 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도 종량제봉투만큼은 여유 있게 구비하다 보니 가족들이 주방 서랍을 보며 나를 종종 놀리곤 한다.
정리가 안 되는 많은 원인 중 한 가지는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공간이 부족해 여기저기 대충 넣어놓은 탓에 정작 필요할 때 찾지 못하고 이곳저곳 뒤적이고, 물건은 다시 뒤죽박죽된다. 못 찾아서 또 구입하는 악순환은 소비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가 각기 다른데, 대부분 본인이 좋아하는 물건의 양은 다른 물건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갖고 있다. 그나마 종류가 한 가지면 다행이지만 좋아하는 물건의 종류가 많아지면 집은 창고로 전락해버리기 십상이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물건을 무작정 많이 사는 것은 좋아하는 게 아니다. 물건을 소유하는 기준점은 꼭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사용기간이 될 수도, 수량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인가? 오늘은 애착 물건의 종류를 줄이고, 얼마나 갖고 있을지 기준을 정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