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주, '사실상 낙태 금지' 법 시행… "헌법 위배" 논쟁 격화

입력
2021.09.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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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주 후는 금지... 성폭력 피해자도 적용"
연방대법원 '법 시행 중단' 가처분 신청 기각
바이든 "주제넘게도 헌법상 권리 침해" 비판

미국 보수 진영과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州)에서 낙태(임신중단)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이 1일(현지시간)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 지역 여성들은 임신 6주가 지나면 태아를 지울 수 없게 됐다. 강간이나 근친성폭력에 의한 임신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연방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른바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6주 이후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게 뼈대다. 그러나 입덧 등 신체적 현상은 임신 9주쯤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이 시기엔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중단 원천 봉쇄의 효과를 내는 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기존 법에서 ‘예외’로 인정됐던 성폭력 피해자조차도 이제부터는 똑같이 적용 대상이 됐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1973년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단계(임신 22~24주) 이전에는 임신중단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로 대(對) 웨이드’로 불리는 이 판결은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이다. 이에 따라 각 주의 관련 법도 대부분 임신중단 금지 시점을 20주 안팎으로 정하고 있다. 텍사스주 역시 기존 법에선 임신 20주 이후였는데, 이번에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새 법은 불법 임신중단 행위를 주정부가 직접 단속하지 않고, 시민들이 제소하도록 규정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불법 시술 의심 병원뿐 아니라,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준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소송을 낸 시민에겐 1만 달러(약 1,160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제넘게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특히 유색 인종 및 저소득층 여성의 의료 서비스 접근을 심각하게 방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텍사스주에 사는 여성들에게 재앙을 가져왔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헌법에 위배되는 임신중단 제한을 막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 등 반발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법 시행을 막아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이날 자정 직전 기각됐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 법원 등에서 본안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순 있다”며 해당 법의 합헌성을 인정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텍사스주에서 임신중단 시술을 하는 병원들은 새 법 발효 전날인 지난달 31일 자정 직전까지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포트워스의 한 여성병원 관계자는 “오후 11시 56분 마지막 예약까지 하루 동안 117명을 진료했다”며 “6시간 대기한 환자도 있었다”고 NYT에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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