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호주 퍼스 해변에 떠밀려 온 혹등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저자의 관찰이었다.
고래는 왜 해변에 표류했을까. 고래의 인도적 죽음을 위해 주사액으로 안락사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현장에 모인 이들의 두서없는 대화 속에서 저자는 '한 생명체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 동정이, 그보다 더 작은 생명체에는 해로울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혹등고래를 안락사시키면 치명적 독극물이 혹등고래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 까마귀, 하이에나 등 사체를 먹고 사는 또 다른 생물에게 재앙이 된다.
'고래가 가는 곳'은 저자가 수집한 고래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간 삶의 죄과가 어떤 식으로 야생의 생태에 전가되고, 또 우리에게 망각의 증거물로 되돌아오는지를 통찰하는 책이다.
스페인 해안에 밀려와 죽은 향고래 뱃속에는 강풍에 바다로 흘러들어간 비닐하우스 한 채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저자는 안전과 편의의 대명사인 플라스틱이 고래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오염에 대한 나의 정의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행위의 간접적 여파에까지 우리의 상상이 미치지 못할 때 다른 동물의 삶은 위험에 빠진다며 "고래는 자신의 비극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보라고 충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