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2019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게 받은 무료 변론 논란이 법조계에서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서민들은 접하기도 힘든 대법관급 전관 변호사를 사적 재판에 무료로 쓴 점은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변론에 관여한 정도를 따져보면 이 지사가 경제적 이득을 봤다는 주장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송두환 후보자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료 변론 논란에 대해 "이 지사가 상고이유서 초안을 보내 검토했고 상고이유보충서에 연명(連名)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대체로 '전관 도장값'이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본다.
도장값은 고위법관 출신이 대형 로펌과 실무 변호사들과 함께 대법원에 제출하는 의견서에 이름을 걸치면서 무게감을 더하는 행위다. 시장가격은 수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송 후보자가 이름을 빌려줬으면 이 지사는 도장값의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시장에서 통용되는 도장값으로 해석하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서부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의뢰인과의 친분을 감안해 다수가 참여한 서류에 연명으로 힘을 보탠 것을 곧장 도장값 수준의 경제적 이득으로 환산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19년 9월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자, 상고심에선 기존에 선임한 로펌에 더해 이상훈·이홍훈 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출신 송 후보자 등을 추가 영입해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재명 지사와 송두환 후보자가 속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들도 이름을 올렸다.
무료 변론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논란이 커진 이유는 이재명 지사가 고위공직자 신분이라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창우 전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국선이 아니라면 개인 형사사건에서 무료 변론은 거의 없다"며 "공직자로서 대법관급 변론을 받았으면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 등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지사와 수임료 약정 없이 변론에 참여한 것이라면, 무료 변론이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한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송 후보자 말이 맞다면 이 지사와 친분이 있어서 의견서에 이름을 보태준 정도로 보인다"며 "상고이유서 작성 실무를 맡지 않은 변호사의 경미한 참여를 두고 '금품 등'으로 규정하긴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호화 변호인단의 선임료가 1억 원 수준이라는 이 지사 측 설명을 곱지 않게 바라보기도 한다. 형사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헐값 수임료는 분명해 보인다.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로펌 등이 향후 경기도 산하기관 소송이나 용역을 맡으면 뒷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일반 형사사건에 서민들은 꿈도 못 꿀 변호인단이 꾸려진 것 자체가 전관예우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사 측은 민변 출신인 송 후보자의 변론에 대해 "공익 사건에 대한 지지 의미로 변호인 이름을 올리는 건 민변의 관행"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공익 사건으로 해석하는 법조인은 드물다. 민변도 이 지사 사건을 공익 사건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조수진 민변 사무총장은 "두 분이 친분이 있어서 무료 변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